한국은 화장과 성형 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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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필자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의 경험이다. 첫 직장은 경기도 수원에 있는 한 초등학교였다. 그곳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나의 일이었다. 교장 선생님과 첫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나는 적잖이 긴장을 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출신인 나로서는 스코틀랜드 특유의 악센트가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스코틀랜드식 영어보다 미국식 영어를 선호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내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교장 선생님은 첫 미팅에서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썹을 치켜 올리면서 “사진과 얼굴 모습이 많이 다르네요”라고 말했다. 당시 나는 1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와서 굉장히 초췌한 모습이었다. 장시간 비행에 지쳐 헝클어진 내 머리와, 한국과는 달리 유행에서 한참 뒤떨어진 화장을 보고 그런 것 같았다. 사실 이력서에 첨부된 내 사진은 약간 수정한 것이었기에 그를 더욱 실망시킨 것 같다. 예상과 달리 내 스코틀랜드식 악센트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를 평가하는 잣대는 외모였다.

학교에 출근한 나는 다른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 궁금한 점이 생겼다. 모두 세련되게 옷을 입고 머리 손질도 완벽했기 때문이다. 방과 후 동료 교사의 결혼식이라도 참석하는 모습이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오늘 학교에 특별한 행사가 있냐”고 동료 선생님에게 물었다. 그는 별다른 대답 없이 빙긋이 웃기만 했다.

첫 주가 지날 때쯤 나는 학교에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모든 선생님들이 항상 그런 완벽한 모습으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나는 문득 고향인 스코틀랜드에서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역사 선생님은 겨드랑이 털이 다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고 거리낌없이 팔을 휘저으며 걸어다녔다. 짝이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학교에 왔던 지리 선생님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나중에도 결코 세련된 패션을 보여주지 않았다. 반면 한국 스타일은 하이힐 구두를 신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나는 스코틀랜드에서 화장을 전혀 하지 않았고 곱슬머리도 손질하지 않았다. 매니큐어를 칠하는 것은 정말 힘들고 어려운 외과수술과 같았다.

한국의 한 여자대학에서 공부를 했을 때도 내 화장은 친구들 중 최악이었다. 친구들은 종종 “너, 어디 아프니, 너무 피곤해 보인다”며 걱정을 하곤 했다. 나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화장하는 법을 배우고 친구들처럼 화장품이 담긴 작은 병을 갖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후 내 여드름은 감춰졌고 눈망울은 더욱 초롱초롱하게 보이게 됐다. 내 꿈이 결코 대학 내에서의 퀸카는 아니었지만 남들에게 듣는 불편한 말도 부담이 됐고, 또 나만 임종을 앞둔 환자처럼 보이는 것도 싫었다.

어느덧 나도 한국 젊은 여성들의 유행을 따라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턱선을 V-라인으로 만들 수 있을까. 몸매는 어떻게 S-라인으로 가꿀 수 있을까.” 급기야 나는 성형수술에 관한 유투브 동영상을 보기에 이르렀다. 추운 지방에 사는 에스키모의 눈에 대한 명칭은 100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한국인들도 완벽한 외모를 만들기 위해 무궁무진한 방법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잠시 스코틀랜드에 들렀을 때 친구들은 인터넷을 통해 본 한국의 미용문화에 대해 물었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성형수술이 흔하고 가격도 싸니?” “BB크림은 뭐고, CC크림은 뭐니?” 그들이 궁금해 하는 것도 당연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미용을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름철을 앞두고 여성들이 가슴을 확대하는 수술도 유행하고 있다.

영국의 이웃인 아일랜드의 한 언론인은 “한국의 색조화장은 너무 짙다. 서양인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며 한국의 미용문화를 비꼬는 글을 쓰기도 했다. 요즘 한국에선 보톡스 시술이 흔하고 심지어 미용을 위한 달팽이 비누까지 등장했다. 스코틀랜드에는 이런 말이 있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자연이 얼굴색을 활기차게 보이게 한다.” 나를 포함해 한국에 살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생각해 볼 만한 말인 것 같다.

커스티 테일러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졸업(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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