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아덜 밥은 묵이야지" 홍준표 "대안 갖고 오셔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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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가 18일 경남도청을 찾아 홍준표 경남지사(왼쪽)를 만났다. 공개로 진행된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경남도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 문제로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송봉근 기자]

18일 경남도청 도지사실에서 봄비를 소재로 덕담을 나누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지사의 언성이 높아졌다. 홍 지사가 예산 지원을 끊은 초등학교 무상급식 문제로 넘어가면서다.

 문 대표가 “무상급식은 가타부타 논쟁하고 싶지 않고 해법이 있는지 알아보러 왔다”고 하자 홍 지사는 “밥보다 공부가 먼저 아니냐. 정말 힘든 계층의 급식은 국비로 하고, 지자체 예산은 서민 자제들이 공부하는 데 보태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무상급식은 의무교육에 따라오는 것이라 ‘의무급식’이라고도 하죠.”

 ▶홍 지사=“(말 끊으며) 그런데, 대표님….”

 ▶문 대표=“(말을 계속하며) 그런데!”

 ▶홍 지사=“(어이없 는 표정으로) 허허허.”

 문 대표는 “홍 지사의 소신을 들으려는 게 아니다. 경남 아이들만 정치 때문에 급식을 받지 못하는 건 부당하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해법이 없다면 그만 일어서겠다”면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홍 지사가 “도의회가 정해준 예산을 집행하는 게 집행부의 도리”라고 말하자 문 대표는 다시 자리에 앉아 홍 지사 쪽으로 몸을 바짝 기울였다.

 ▶문 대표=“지사님이 드라이브 걸어서 그런 거 천하가 다 아는데. 천하의 홍준표 지사님께서 의회 뒤에 숨으시겠습니까?”

 ▶홍 지사=“교육감이 4년간 3040억원을 가져갔어요. 적정하게 썼는지 감사하자니까 거부해 버리고…. 부모(지자체)가 용돈 주면서 ‘니 돈 어데 썼노’라고 물을 수 있는 거지.”

 홍 지사는 진보 성향의 박종훈 교육감에게 감사를 요구했으나 박 교육감이 거부하자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했다.

 문 대표는 “스웨덴·핀란드 등은 국민소득 1000달러이던 1930~40년대 무상급식을 시작했다”며 “무상급식은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북유럽의 사회보장체제는 사회주의식”이라고 했다.

무상급식 설전 … 문재인 “벽에다 얘기” 홍준표 “마찬가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와 홍준표 경남지사(왼쪽)가 18일 경남도청에서 만나 경남도 초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 문제로 설전을 벌였다. 문 대표는 기자들에게 “벽에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고, 홍 지사도 “나도 마찬가지”라고 응수했다. [뉴시스]

 ▶문 대표="또 좌파 얘기….”

 ▶홍 지사="소비에트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사회주의 방식을 도입한 북유럽식 보편적 복지는 우리와 맞지 않아요.”

 문 대표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피란살이 시절 강냉이죽을 (급식으로) 줬고, 급식이 없으면 물로 배를 채웠다. 홍 지사도 그런 시절을 보내지 않았느냐”고 했다. 홍 지사가 “감정적 접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문 대표는 부산 사투리를 섞어 “아덜 밥은 쫌 묵이믄서 쫌 정치 하시죠”라고 말했다.

 ▶홍 지사=“‘의무급식’이라고 했는데 헌법재판소의 2012년 판례에 ‘급식은 의무교육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의무급식이라 선동하는 것은….”

 ▶문 대표=“아이고 홍 지사님! 의무교육의 범위는 국가 형편에 따라 넓어져 가는 것이고…. 노력하면 교복까지도 할 수 있는 거죠.”

 ▶홍 지사=“대안을 갖고 오셔야죠. 재정만 허락하면 저도 5000만 국민에게 무상급식 해요.”

 ▶문 대표="네! (자리에서 일어서며) 도의회 뒤에 숨지 마시고.”

 회동은 35분 만에 끝났다. 지사실을 나서며 문 대표가 “잘못된 길을 가시는 거예요, 지금”이라고 하자 홍 지사는 “잘못된 길을 가는지 아닌지 나중에 판단해봐야지”라고 응수했다. 기자들에겐 “벽에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문 대표), “저도 마찬가지”(홍 지사)라고 각각 말했다.

 앞서 문 대표는 봉하마을을 찾았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대통령님 정신을 역사 속에 되살리겠다”고 적었다. 권양숙 여사는 문 대표에게 “내 마음은 항상 그쪽에 가 있다”고 격려했다. “무상이란 이름은 공격받기 딱 좋은데”라는 걱정의 말도 했다.

창원=위문희·위성욱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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