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석유공사 압수수색 … 정부융자금 사용처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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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서울 경남기업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수사관이 러시아 캄차카반도 석유 탐사 사업 관련 자료 등을 옮기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됐던 해외자원 개발 관련 사건들을 특수부에 재배당한 검찰이 18일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를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18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경남기업 본사와 성완종(64) 경남기업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고에서 나간 ‘성공불융자금’ 가운데 약 100억원을 실제 유전 탐사 등에 사용하지 않고 유용한 혐의(횡령 및 사기)다. 경남기업과 석유공사가 정부에서 받은 전체 성공불융자금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미국 멕시코만 심해,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유전 등을 포함해 총 3162만1000달러(약 356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업이 실패해 상환금액은 2088달러(약 235만원)에 불과하다. 러시아 투자 건의 경우 상환되거나 감면된 금액은 전무하다.

 경남기업 압수수색에서 검찰은 캄차카 반도 유전 및 우즈베키스탄 지파드노 금광 개발사업 등 관련 자료 27박스를 확보했다. 검찰은 울산시 중구 소재 석유공사 본사도 압수수색해 유전 개발서류 및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이 2006년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참여했던 러시아 캄차카 반도 ‘티길(Tigil)’과 ‘이차(Icha)’ 석유 광구 탐사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석유공사(27.5%)·경남기업(10%)·SK가스(7.5%)·대성산업(5%)으로 구성된 한국컨소시엄은 전체 지분의 50%를 확보했다. 석유공사 측은 “탐사 성공 시 약 2억5000만 배럴을 채굴할 수 있는 유망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8152만4000달러(약 920억원)가량의 개발금을 투자하고도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10년 사업을 접었다. 이는 석유공사가 SK이노베이션 등과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가 2억5284만 달러(약 3000억원)를 날린 서캄차카 해상 광구사업과는 별개다.

 검찰은 경남기업 측이 허위서류로 성공불융자금을 받았는지, 돈의 사용처가 어디인지 등을 캐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성 회장 등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을 지낸 성 회장은 새누리당 소속으로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경남기업은 경영난으로 자본이 잠식돼 2013년부터 세 번째 워크아웃이 진행 중이다.

 검찰 수사에 대해 성 회장 측은 “(자원 개발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해온 사업인데 회장님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친하다는 이유로 자원외교에 맞춰 몰아가는 짜맞추기식 수사”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1월 감사원이 고발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 사건도 조사 중이다. 감사원은 석유공사가 캐나다 정유회사 하베스트사를 2009년에 인수할 때 계열사인 날(NARL)사를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함께 사들여 회사에 1조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고발했다.

박유미·박민제·윤정민 기자 letmein@joongang.co.kr

◆성공불융자금=정부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석유 개발사업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융자해 주는 돈. 성공할 경우 융자원리금을 돌려받고 특별부담금을 징수한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융자금 상환액을 감면·면제해 주고 있어 ‘눈먼 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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