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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PS 키맨 인터뷰 ① 삼성화재 류윤식

중앙일보

입력

  최근 프로배구에서는 리시브가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스파이크 서브가 점점 강력해질 뿐만 아니라 무회전으로 날아오는 플로터 서브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면서 전문 리시버들조차 진땀을 흘린다. 20일 시작하는 남자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1~3위 삼성화재·OK저축은행·한국전력의 대결도 결국 '리시브 싸움'에 달려 있다. 리시브 라인을 책임지는 삼성화재 류윤식(26·1m96㎝)과 OK저축은행 송희채(23·1m90㎝)·한국전력 서재덕(26·1m94㎝)의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세 선수를 만나 경쟁자인 두 선수에 대한 느낌, 그리고 올 시즌을 마친 소감을 들었다.

지난 시즌 도중 한국전력에서 삼성화재로 이적해 우승을 맛본 류윤식은 올해 한 단계 성장했다. 확실하게 팀의 주전 레프트로 자리잡으며 삼성화재의 정규리그 4년 연속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늘 "윤식이가 좀 더 자신을 내려놔야 한다. 들뜨지 말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8년 연속 챔프전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서 류윤식이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 배구에서 서브 리시브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매 경기 서브 리시브로 승부가 갈리는 것 같다. 각 팀에서 외국인 선수가 공격을 주도하는데 세터의 정확한 토스가 연결되려면 정확한 서브 리시브가 필요하다. 공격수 부담을 줄여주는 게 바로 서브 리시브다."

- 서브 리시브를 잘하게 된 비결이 있나.
"(웃음) 잘한다기보다 좋아지는 단계다. 사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항상 훈련할 때 집중하려고 한다. 초반보다 자신감이 생긴 건 사실이다."

-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국전력과 OK저축은행 둘 중 한 팀을 만나게 된다. 어떤 팀이 더 어렵나.

"시즌 초반만 해도 OK저축은행을 상대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젊고 빠른 팀이라 기세가 좋았다. 그래도 여섯 번이나 경기를 해보면서 많이 익숙해졌다. 상대가 어떤 팀이든지 우리가 준비만 탄탄하게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 두 팀의 같은 포지션인 서재덕과 송희채를 평가한다면.

"두 선수 모두 리시브가 안정적이다. 기복도 크게 없다. (서)재덕이는 중·고·대학을 함께 보낸 친구다. 사적으로도 이야기를 많이 하는 친구다. 성격이 활발하고 사교성도 좋다. 재덕이는 '좋은 친구이자 좋은 경쟁자'라고 생각한다. 송희채 선수는 앞으로 배구를 하면서 항상 맞닥뜨려야할, 지고 싶지 않은 선수다."

- 세 명의 외모 순위를 매긴다면.

"그것만큼은 절대 뒤질 수 없다.(웃음)"

- 팬들은 프로배구 3대 미남(김요한·문성민·류윤식)이라고도 한다.

"(웃음)감사하게 생각한다. 보답하려면 배구를 좀 더 잘해야된다. 실력으로도 인정받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 대학 때까지 주공격수였다. 지금은 공격 기회가 많지 않은데, 공격에 대한 욕심은 없나.

"리시브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격에 대한 욕심은 늘 갖고 있다.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 늘 준비하고 있다. 지금 내 역할은 공격보다는 리시브를 잘하는 거다. 당장 기회가 많지 않다라도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내가 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 올 시즌을 돌아본다면 몇 점을 주고 싶나?

"부상 없이 시즌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 올해도 부상으로 1라운드가 지나서야 경기에 나섰는데.

"삼성에 와서 감사하게 생각하는 게 몸관리를 철저하게 시켜주는 점이다. 혼자하는 건 한계가 있다. 감독님께서 팀 훈련 20분 전에 나와서 무릎 보강운동을 하라고 하셨다. 소홀히 하면 배구를 시키지 않겠다고도 하셨다. 연골이 찢어져 있는 상태에서 뛰어 계속 악화가 됐고, 결국 수술을 했다. 수술은 잘 됐고 보강운동도 열심히 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배구 선수들에겐 적정 체중이 중요한데 나는 좀 말라서 더 쪄야 한다. 그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좀 더 신경 쓰는 편이다."

- 남들보다 늦은 중학교 때 배구를 시작했다.

"장단점이 분명 있다. 장점은 초등학교 시절 운동에만 매달리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던 점이다. 그래도 좀 더 일찍 배구를 시작했다면 지금보다는 기본기가 탄탄했을 거다."

- 아버지(류중탁 명지대 감독)가 국가대표 배구선수 출신인데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원래 농구를 하려다 아버지 권유로 배구를 접했다. 아버지께서 배구를 하셨기 때문에 처음에는 같은 종목을 하는 아들 입장에서 좋은 점이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부담감도 크더라. 아버지께서는 좀처럼 내게 배구 이야기를 안하신다. 처음에는 '왜 그럴까' 속상하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내가 부담을 느낄까봐 일부러 그렇게 하시는 것 같다. 아버지께서 경기를 보실 때마다 '아들 수고했다'는 문자를 늘 보내주신다. 내가 풀이 죽어 있을 때는 '기죽지 말고 힘내라'라고 격려도 해주신다."

- 그런데 롤모델이 아버지가 아닌 이경수 선수다.

"아버지(센터)는 포지션이 다르다.(웃음) 이경수 선배는 모든 레프트 포지션 선수들의 본보기다. 서브 리시브도 잘하면서 공격도 잘하는 선수. 상대팀에 위압감을 주고, 팀을 이끄는 그런 선수다. 나는 아직 멀었다. 이제 시작이다."

- 지난 시즌 중에 트레이드 됐다. 많은 경기를 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프로에서 첫 우승을 맛봤는데.

"작년에 우승을 확정했을 때 내년에는 내가 더 잘해서 우승에 공헌해 이 자리에 서 있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우승 때는 코트 위에서 승리를 맛보고 싶었다. 더 다짐하게 되고 욕심도 생겼다."

- 사실 올 시즌 초 박철우 선수가 빠지면서 삼성이 힘들 거라는 말이 많았다.

"모두 힘든 시즌이 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히려 훈련을 더 열심히 했다. 최선참인 (고)희진이 형이나 선배들이 먼저 뛰고 화이팅도 먼저하면서 의욕적으로 준비를 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올 시즌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준비 과정부터 만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잘 넘겨 한 단계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내 배구 인생에도 터닝포인트가 될만한 해다."
-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비장의 무기가 있다면.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우승은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삼성화재라는 팀 선수들은 항상 우승을 해야한다는 부담감도 분명 갖고 있지만, 계속 우승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그런 자신감이 무기라면 무기다."
-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주위에서 평가할 때 '이 선수가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팀에 꼭 필요한 선수구나, 열심히하는 선수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아직 성인 대표팀에 한 번도 들어가지 못했는데 국가대표의 꿈을 갖고 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 만약 우승을 한다면 어떤 걸 하고 싶나.

"팬들이 원하는 걸 다 들어줄 것 같다. 춤이든 뭐든 시키는 것 다하겠다. 우승한다면 뭘 못하겠나."

용인=김원 기자 rasp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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