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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취업 자유지만 옛 동료는 못 만나 … 고위직은 금지 대상·기간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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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이 카니(50) 전 백악관 대변인은 3년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한 핵심 참모다. 2008년 정부에 합류했고, 2011년부터 대변인을 맡아 오바마 행정부에 깊숙이 관여했다. 그가 이달 초 미국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수석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임한 지 9개월 만이다. 로비를 포함해 홍보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미국 언론은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받고 있는 아마존의 드론(무인기) 택배사업 문제를 해결하는 게 카니의 업무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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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미국에선 정부 요직에 있던 퇴직 공직자가 민간으로 이직할 때 한국식의 전관예우나 민관 유착은 아예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규제 방식에 있다.

 미국은 퇴직 공무원의 민간 기업 취업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특정 기업이나 기관에서 일할 수 없다고 규제하는 대신 모든 퇴직 공무원의 행위를 제한한다. 기업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재직 중 소속됐던 기관의 공무원을 접촉하거나 의사소통을 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 제한 기간을 냉각 기간(cooling-off period)이라고 한다.

 모든 공무원은 직급과 관계없이 퇴직 전 직접 맡았던 사안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공무원을 접촉하는 게 영구적으로 금지된다. 직위가 높으면 더 많은 제한을 가한다. 고위직은 퇴직 후 1년간 재직 당시 소속 기관 공무원과 모든 접촉을 할 수 없다. 최고위직 출신은 접촉 금지 대상이 ‘재직 당시 모든 부처 공무원’으로, 제한 기간은 ‘퇴직 후 2년’으로 확대된다.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금고 또는 5만 달러(약 57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한국은 취업제한 대상자를 4급 이상 등 직급으로 한정할 뿐이다.

 프랑스와 영국에선 한국과 유사한 취업제한 제도가 있긴 하다. 프랑스는 ▶적합 ▶부적합 ▶조건부 적합 ▶조건부 부적합 등 4개로 나눈다. 조건부 적합은 ‘재직 시 맡았던 부처와 관련되는 분야에서 활동하지 않음’과 같은 조건을 붙여 취업할 수 있다. 2013년 프랑스 공직윤리위원회 취업제한 심사 결과 적합 의견과 조건부 적합 의견은 각각 42%였다. 부적합 의견은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업무관련성 판단은 꼼꼼하게 따진다. 영국은 ▶예비 고용주에게 이로울 수 있는 정부 정책과 관련된 업무 ▶정부의 미발표 정책이나 특정인만 접근 가능한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 등을 제시한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퇴직 공직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취업을 제한하기보다 공익과 사익의 경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적 위험요인을 구체적으로 제어하는 방향으로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로비에 대한 규제는 본래 미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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