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적 재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요즘 한 외국 잡지에서 재미있는 논문을 읽었다. 『샐러리맨 우대시대는 끝났다』는 제목의 어느 작가 글. 일본 중앙공론 근착호.
전후 30여년 동안 「샐러리맨 천국」을 구가해온 일본에서 이런 의견이 나온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미국의 경제학자나 경영학자들은 최근까지도 일본 기업의 종신 고용제나 연공서열제를 높이평가 해 왔다.
이런 제도는 샐러리맨들의 귀속감, 충성심을 뒷받침해주는 일본 기업의 강점으로 지적되어온 것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고도성장의 붐을 타고 대규모투자, 대여생산, 대량판매를 추구해왔다. 샐러리맨들은 언제든지 직장을 구할 수 있었고, 또 직장인이 되면 일생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맹목적 충성을 했다. 헌신적 봉사라면 일본의 샐러리맨을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70년대 두차례의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적어도 일본에선 대여생산과 대량소비 시대는 끝나버렸다. 80년대는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이를테면 개성적인 디자인, 새로운 기술, 색다른 기능이 강조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이 논문은 그것을 「지혜문화의 시대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었다.
고도성장기를 지탱해준 관료적 관리능력으로는 이런 「지혜문화」는 감당할 수 없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샐러리맨은 「상인적 재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인적 재능을 갖추려면 새가지 요건이 구비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 시대의 니드(요구)와 유행을 뚫어보는 선견력, 그것을 놓치지 않고 사업화 하는 결단력, 또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행동력.
이런 상인적 재능을 발휘하려면 조직을 세분화하고, 그 세분화한 조직들은 하나의 사업체로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에서 이런 분위기가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또 세 가지의 조건이 요구된다.
첫째는 누구도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할수 있는 분위기, 둘째 그런 의견이 통하기 쉬운 환경 셋째 경영 상층부에 그런 소리가 신속히 전달될 수 있는 구조.
오늘 세계적으로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고 있는 벤처 비즈니스도 바로 이런 지혜문화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오늘의 샐러리맨도 이런 시각에서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열어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