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이 진짜 국제화하려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18호 31면

최근 방송인 장원재 박사와 함께 한국인의 국제화 마인드에 대해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내게 “터키 출신으로 한국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있느냐”고 물었다. 물론 태어난 나라가 아니니 한국 생활에서 불편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터키에서 산다고 마냥 편한 것만도 아니다. 인간의 특성 상 어디에 살든 모든 것을 만족하면서 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 불편함이 무엇 때문이냐는 것이다. 인종차별 등 비윤리적인 측면에서 기인하느냐, 아니면 단지 한국인이 국제화 마인드를 덜 가졌기 때문이냐에 포인트를 맞추고 싶다.

한국에서 10년 이상 살아온 경험에 비춰 한국인들의 인종차별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입장에 따라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중시하기 때문에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는 측면이 강한 듯하다.

그렇다면 인종차별이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에서 외국인들은 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일까. 이는 아마도 한국인의 국제화 수준 때문 아닐까 싶다. 인종차별은 아니지만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이 외국인에겐 불편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다. 그런데 영국·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그 역사가 매우 짧았다. 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학습할 시간이 부족했던 셈이다. 이 때문에 국제화한 경제가 한국인들에게 국제화 마인드를 제대로 심어주지 못했던 것이다.

기업의 국제화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 기업에 못지 않다. 문화에서도 한국의 국제화 점수는 후하다. 또 이미 한류의 존재는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부 등 공공분야에서는 여전히 부족함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은 불과 70년 전에 독립했다. 분단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이에 힘입어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살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실상은 해외에서 바라본 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는 이주 노동자부터 결혼 이민자, 유학생, 전문인력 등 다양한 계층의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상당수가 당초 한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미국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유럽이나 캐나다와 비슷한 수준은 됐을 것이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실제로 생활하면서 실망한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아닌 한국 사회의 국제화 수준 때문에 말이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국제사회는 굉장히 좁다. 상당수 한국인은 외국이라면 주로 미국·중국·일본을 떠올린다. 한국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나라들이다. 하지만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하는 한국의 위상을 감안하면, 이들 3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미·중·일 출신이 아닌 외국인에겐 ‘한국인이 배타적’이라는 오해를 심어줄 수도 있다.

젊은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만약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난 후 어디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냐고 물으면 상당수가 한국이라고 답한다. 왜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스페인어를 배우고 페루에서 대학교수가 되려고 하진 않나. 왜 이집트에서 아랍어를 배우고 카타르의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하려 하지 않는가. 외국인으로선 사뭇 궁금할 따름이다. 한국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다.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전 세계로 진출해 전문가로 활동하듯, 한국인 중에도 다른 나라에서 기반을 잡고 인정받는 전문가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래야 비로소 한국, 한국인이 진정한 국제화를 이뤘다고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알파고 시나씨 2004년 한국에 유학 와 충남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 외교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