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때 포스코 M&A도 수사 … 전·현 정권 갈등 비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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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주총 시작 30분 뒤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권오준 포스코 회장(화면)이 13일 오전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이날 주총 시작 30분 뒤 검찰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으로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김상선 기자], [뉴시스]

검찰이 13일 강제 수사에 돌입한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은 올해 첫 대기업 수사다. 이날 압수수색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오전 9시30분 검사 5명 등 40여 명이 인천 송도의 포스코건설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바로 30분 전인 오전 9시부터 포스코 본사(서울 강남구 소재)에서는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었다. 압수수색 소식을 전해들은 권오준 회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과 주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수사가 어느 선까지 확대될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이완구 국무총리가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대기업과 자원외교, 방위사업 등 3대 분야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한 데 이어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13일 검찰에 “부정부패 처단에 검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현 정부의 대대적인 사정(司正)수사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포스코건설에 대한 수사는 베트남 현지 법인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서 비롯됐지만 포스코그룹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동일한 비자금 조성 건을 수사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베트남 고속도로 공사 하도급 업체 이모(60) 대표에게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140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전 포스코건설 동남아사업단장 박모(56)씨를 지난달 말 불구속입건한 것이다. 박씨 혐의 금액은 포스코건설이 자체 감사에서 밝혀낸 107억원보다 33억원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경찰에서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이 비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포스코의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상 문제점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2010년 계열사 포스코플랜텍을 통해 1593억원에 성진지오텍을 인수합병했다. 당시 “정권 실세의 청탁을 받아 부실 기업인 성진지오텍을 무리하게 인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국세청이 포스코에 3700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뒤 역외 탈세 혐의로 포스코P&S를 고발한 사건은 금융조세조사2부가 수사해왔다. 이 역시 특수2부가 받아 수사에 나선다. 포스코ICT도 예상 인수가의 네 배가 넘는 1020억원에 스마트 원자로업체 포뉴텍을 인수해 고가 인수 논란에 휩싸였다. 정준양 전 회장이 재임하던 2009년 36개였던 포스코 계열사 수는 2012년 말 70개까지 늘기도 했다. 이에 정 전 회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자원 개발 사건도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감사원이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 등 자원외교 관련 3건을 특수1부에 재배당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2000억원 상당의 방위사업 비리를 밝혀내고 5명의 예비역 장성을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올 들어 검찰이 대규모 사정수사에 돌입할 것이라는 점은 예견됐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임명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 수사 라인이 우 수석 측근들로 채워지면서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2년간은 세월호 침몰 사고 등 잇따른 대형 사건·사고로 대기업 비리를 수사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차를 맞아 국가기강 확립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검찰의 고강도 수사가 경제살리기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MB정권 겨냥했나=이번 수사가 전임 정권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자 새누리당 친이계도 반발했다. 이재오 의원은 “부패청산이 특정 정권의 권력 유지를 위한 구호가 돼선 안 되고, 큰 도적이 작은 도적을 잡는 명분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총리 담화는 이미 수사할 대상을 정해 놓고 있다. 이것은 기획수사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 고 적었다. 해외자원 개발 수사에 대해 친이계의 한 의원은 “국정조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총리가 갑자기 부정부패 대상으로 꼽은 의도가 뭐냐”고 했다. 검찰 수사가 전·현 정권 간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글=박민제·김경희·이유정 기자 letmein@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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