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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 '24시간 콜센터'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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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유학.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인을 겨냥한 강력 범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현재 50만 명의 교민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객 수도 하루 1만여 명에 이른다. 그만큼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 셈이다.

◆ 증가하는 납치.감금사건=올해 중국에선 한국인 3명이 피살됐다. 강도 사건은 지난해 28건으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올 8월 말 현재 11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납치.감금 사건은 증가 추세다. 발생 건수는 2003년 53건에서 지난해 83건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선 8월 말 현재 50건이 발생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영사부 관계자는 "한국인을 상대로 한 강력 범죄는 대부분 중국 내 동포(조선족)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납치 사건은 주로 한국인 간의 채권.채무 관계로 빚어지나 중국인이 자신의 채권.채무 관계 때문에 저지르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 "절도.사기를 조심하라"=2003년 절도.사기 사건 등으로 피해를 본 한국인은 409건, 473명이었다. 올해 중국에서 범죄 피해를 본 한국인 수는 8월 말 현재 91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간 발생한 범죄 건수 888건, 인명피해 989명에 비하면 20%대의 급증세를 보인 셈이다. 주중 대사관 영사부 조용현 참사관은 "강력 범죄를 포함해 각종 사고가 점증하는 추세"라며 "올해 말까지 한국인이 사고를 당하는 건수는 1000건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단원 영사는 "요즘 들어 눈에 띄는 변화는 유학생을 상대로 하는 사기 사건"이라고 말했다. '중국 명문대에 입학시켜주겠다'며 3만5000달러(약 3700만원)를 가로챈 사기 사건도 발생했다.

◆ 불안한 교민 거주지역=베이징(北京)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왕징(望京)이다.

이곳에서 옷가게를 하는 이모(53)씨는 "막연히 한국인을 겨냥한 폭행사건이 빈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교민 사회에 돌고 있다"고 말했다. 교민끼리 만나면 "날치기와 퍽치기를 조심하라"고 서로 당부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한국인 고교 유학생이 중국 내 동포 과외교사에게 살해됐다. 그 직후 한국 상가 밀집지역에서 한국인 여성이 납치될 뻔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왕징 인근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는 29일 베이징 주재 모 기업체 간부가 출근길에 차량 접촉사고로 시비가 붙었던 중국인들에게 몰매를 맞는 사건이 발생했다.

◆ 사건.사고의 급증 배경=중국을 찾는 한국인이 급증해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게 영사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더욱이 중국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이 크게 늘면서 치안이 불안해진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말이 잘 통하는 중국 내 동포와 한국인 간의 갈등, 중국 내 동포의 한국인에 대한 반감 등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동포와의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안전 콜센터' ☎ 6478-9526 ~ 8 … "중국 갈 때 챙기세요"

◆ 비상연락망 가동=주중 한국 대사관은 25일 24시간 체제로 운영하는 '교민 안전 콜센터'(주간:6478-9526~8, 야간:137-01200593<휴대전화>)를 개설했다. 대사관 영사부 관계자와 한인회, 한국상회, 투자기업협회 등을 포함한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사건.사고를 접수해 처리한다. 이들 기관.단체의 전화와 담당자 휴대전화 번호를 찍은 스티커를 한국인 밀집지역에 배포하고 있다. 대사관 측은 한국인 밀집지역 내 주요 업소 20곳을 '모니터링 지정 업소'로 선정해 한국인 관련 사고가 일어날 경우 신속히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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