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천성산 터널 공사 다시 흔들려선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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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환경영향 공동조사는 지난 2월 지율스님이 100일간의 단식을 풀며 정부와 합의했던 사안이다. 지난 8월 말 시작해 현재 현장조사를 모두 마치고 다음달 말까지 보고서 작성을 끝낼 계획이다. 이 시점에서 갈등이 도진 것은 철도시설공단 간부 등이 "공동조사 결과 환경에 별 영향이 없어 공사를 곧 재개한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됐다. 환경단체 측 조사위원들은 이 같은 발언이 조사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공단 책임자가 해명과 사과를 하지 않을 경우 공동조사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천성산 터널은 환경문제에 발목이 잡혀 표류를 거듭해온 대표적인 국책사업이다. 2002년 착공 이후 환경단체의 반발과 지율 스님의 단식 등으로 공사가 세 차례나 중단돼 공정이 13.2%에 머물고 있다. 이번 문제가 된 발언이 환경단체 측이 공동조사를 거부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적절한 선에서 해명.사과가 이뤄지면 갈등을 풀고 넘어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환경단체 측이 무리하게 꼬투리 잡는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공단 측도 사소한 일로 환경단체 측을 자극해선 곤란하다.

이번 공동조사 기간을 포함해 그동안 터널 공사 차질로 빚어진 경제적 손실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루 70억원꼴이다. 정부 정책의 혼선과 미온적인 대응이 이처럼 막대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결과를 가져 왔다. 이제 공동조사 기간 중 중단됐던 터널 공사를 약속대로 12월 1일 재개해야 한다. 앞으로 더 큰 문제는 공동조사 결과가 나올 경우 이를 해석하고 공사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놓고 예상되는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