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우주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검은 하늘에 서 있는 흰 사람의 모습」을 담은 신문의 보도사진이 인상적이다.
우주선 챌린저호 밖 허공에 떠있는 우주인「매캔들리스」는 얼른 보면 토끼 같기도 하고 유령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흑백사진의 인상일 뿐, 우주인「매캔들리스」의 우주 유영은 아주 다른 뜻을 갖고 있다.
그는 아름다운 우주의 경치를 보았고「드릴 만점」이었다.
뿐더러 그는「인류사상 가장 작은 우주선」으로 우주에 머물렀다. 모선 챌린저 우주선 밖에서 90분간 떠돌아다닌 그의 모습은 바로 꼬마우주선, 그것이었다.
「매캔들리스」의 우주 유영은 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섰던「암스트롱」의 업적에 비견되는 의미를 갖는다.
인간이 우주를 자유롭게 날아다닌다는 것은 바로 공상과학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그건 사실 인류의 오랜 꿈이기도 했다.
날개를 달고 새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겠다는 꿈은 이미 비행기를 만들었지만 허공을 나는 인간의 출현은 아주 감격적이다.
그 인류의 꿈을 실현해준 것은 무게 1백36kg짜리 알루미늄 제 지게(?)다. 이른바 유인조종장치(Manned Maneuvering Unit=MMU).
이건 마틴 마리에타 연구소가 4천만 달러를 들여 개발했는데, 대당가격은 1천만 달러(80억원). 이 지게가 바로 미래에 인간이 우주의 지평을 여는 도구가 된다.
우주인들은 이 지게를 지고 우주탐사에 나설 뿐 아니라 고장난 우주선의 수리와 우주기지조립작업도 할 수 있게 됐다.「매캔들리스」가 우주를 날으는 동안 동료「스류어트」는 우주선과 생명 줄로 연결된 채 그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생명의 탯줄을 끊은 인간은 우주 속에서 자유의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그 우주 속에서 느끼는 자유의 의미는 엄청난 무게일 것도 같다. 인간 과학기술의 미묘한 실수 하나만으로도 생명을 잃게 된다는 절대적 사실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 유영은 물론 전에도 있었다. 1965년 3월 소련의「레오노프」가 10분간의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사상최초의 무중력 우주산책이었다.
그 해 6월 미국의「화이트」도 우주총을 들고 20분간 우주유영을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미국인 49명, 소련인 13명 등 모두 62명이 우주유영을 했다. 그러나 그건 모두 생명 줄을 단 여행이었다. 이제 인간 우주선이 된 두 사람의 자유 유영으로 인류의 우주개척 사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꿈의 세계를 탐색해온 인간의 모험은 끝닿은 데가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