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바람에 중기들 떴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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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18~19일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행사장에는 한국도자기.㈜천년약속 등 중소업체들도 제품을 공급해 대기업 못지않은 홍보 효과를 누렸다. 이들 업체는 행사가 끝나기 무섭게 국내외에서 밀려드는 주문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정상회의 만찬 공식 건배주로 사용된 '천년약속 프라임'을 생산하는 천년약속은 APEC이 끝난 뒤 더 바빠졌다. 천년약속의 김성열 사장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주문이 밀려들고 있지만 주문 물량의 절반만 겨우 소화하는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에서는 기존 거래처 외에 월마트와 까르푸 등과 공급계약을 했고 백화점이나 공항 면세점 등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APEC 만찬주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 뉴욕의 주류판매업체인 세존트레이딩과 5년간 1550만 달러어치의 수출 계약을 했다. 일본 업체와는 이미 수출 계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며, 중국.대만.싱가포르.중국.대만.홍콩 등에서도 수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설립된 향토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4억7000만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연말까지 7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회사 측은 내년에는 적어도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년약속은 다음달 초 회사 부근에 제2공장을 완공한다. 현재 생산량은 월 24만 병에 불과하지만, 제2공장이 가동되면 생산량은 기존의 10배가 넘는 월 250만 병으로 늘어난다.

천년약속은 쌀을 주원료로 하고 누룩 대신 상황버섯 균사체로 발효시킨 알코올 함량 12%의 술이다. 김 사장은 "천년약속은 세계 최초로 버섯 균사체를 이용해 만든 술"이라며 "정상회의 만찬에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맛으로 호평받았다"고 말했다.

정상회의에 공식 식기로 채택됐던 한국도자기는 APEC이 끝난 뒤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한국도자기는 APEC 회의장에서 사용된 제품들을 각각 21세트만 한정 생산해 23일부터 부산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김무성 마케팅 이사는 "정상회의 때 사용한 식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며 "벌써 유통업체는 물론 연말 행사를 치르려는 단체나 호텔 등에서 제품 구입을 문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APEC 행사에 제공된 식기는 금액으로 따져 1500만원어치에 불과하지만 노출 효과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정상회의 행사에 사용된 한국도자기 제품은 모두 세 가지.

해운대 동백섬의 누리마루에서 열린 정상회의 오찬(19일)에는 금 장식으로 십장생을 그려넣은 양식기 제품이 등장했다. 해운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 주관으로 열린 정상회의에는 플래티늄 장식의 티타임 세트 '임페리얼 블랙'이 올랐다. 이 밖에 7개국 정상들이 묵은 파라다이스호텔에서는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드가의 그림이 새겨진 도자기가 제공됐다.

회사 측은 또 명품 브랜드인 '프라우나' 중 사슴을 조각한 '레아' 세트를 부시 대통령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선물로 증정했다.

행사장에 삼성.LG 등과 함께 PDP 등 디스플레이 장비 500여 대를 공급한 이레전자산업과 누리마루 바닥 및 벽면 시공 때 사용된 대리석을 공급한 정선대리석㈜ 등에도 최근 제품 구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벡스코 정보기술(IT) 전시관에 벤처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대기업과 나란히 전시에 참가했던 3차원 입체영상장치업체 쓰리디아이에스도 외국 언론과 참가자의 큰 관심을 끌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설립되었고 직원도 8명에 불과하다. 장선주 대표는 "APEC은 우리 기술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였다"며 "앞으로 관련 기술을 상용화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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