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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터가 잡혀가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촤근 들어 추리소설이 계속 나오고 있고 독자들의 반응도 높다.
박범신씨의 『형장의 신』, 정건섭씨의 『덫』등의 작품은 작품으로서도 호평을 받았고 책도 많이 팔렸다. 추리기법의 소설도 많이 나와 좋은반응을 얻고있다.
추리소설이 성공하고 있는것은 추리소설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할수 있는 독자층이 넓어지고 있다는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동양에서 추리소설이 성공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했다.
추리소설은 생활구조가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갈등을 잊게 하는 대중소설로서 가치가있다. 또 문학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이를수 있는것이다.
우리 나라 추리소설은 김내성씨가 『마인』 『황금박쥐』 『검은 별』등을 발표하고, 방인량씨가 『대도와 보물』을 내놓아 60년대 초까지 가느다란 명맥을 유지했으나 곧 갈려버렸다. 70년대에 들어서 현재동씨가 『뜨거운 빙하』 『흐르는 표적』등 장편추리소설을 쓰고. 김성종씨가 『최후의 증인』을 발표해 다시 등장했고, 조해일씨의 『갈수 없는 나라』, 허원씨의 『악마의 일역』등이 뒤를 이었다. 70년대 말에는 황석영씨가 『심판의 집』, 유현종씨가 『형제』, 이문열씨가 『사람의 아들』등 추리적 수법의 작품을 내놓았고, 조선작·최인호씨도 추리소설에 관심을 가지고있다.
우리나라에 추리소설이 대중적 수요를 일으키지 못한것은 추리소설 작품이 뛰어나게 또 지속적으로 나오지 못한데서 찾아진다.
독자를 훈련시키고 끌어들이는 노력이 작가측에서 부족했다고 하겠다. 이와 함깨 논리에 익숙한 독자층이 형성되지 못했던점도 있었으나 지금은 대중의 지적수준이 충분히 높아져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않는다.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은 추리소설의 골격을 ①수수께끼(살인 의혹등) ②복수이상의 용의자 실정③추리자④논리의 축척⑤해결부분으로 보고있다.
이러한 추리소실의 골격에 비추어볼때 우리추리소설은 헛점이 있다고 지적된다. 수수께끼부분이 단순하고 추리자에게 리얼리티가 없었다는 것이다. 살인이나 의혹은 그 배후에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점을 깔아 독자를 흡입시켜야 한다.
또 논리적 과정을 통해 모든 가능성을 살피고 나서 해결에 도달해야하며 독자를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하는 해결은 실패일수 밖에없다.
추리소설은 정치·사회 경제등의 문제점에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어 더 잘 접근할수 있는 잇점이 있으며, 그것을 살려내야 한다.
추리소설이 자리잡으려면 평론가들의 추리소설을 양성해주는 자세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작가 측에서도 순수문학에 집착하여 추리소설을 쓰면 자기작품세계에 흠이라도 생기는것처럼 생각한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젊은 작가들에 의해 이 같은 생각은 불식되고 있다. 평론가 쪽에서도 건전한 대중소설로서의 추리소설에 눈을 돌려 정당한 평가를 해주어야한다는것이 추리소설작품을 쓴 작가들의 생각이다.
「크리스티」등 외국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읽히는것은 그만큼 독자층이 넓어진것을 뜻한다. 한국적 현실을 담은 우리의 기호에 맞는 추리소설이 많이 나와 소설을 대하는 재미와 함께 지식정보 전달도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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