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판 모양도 내용도 새로와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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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우리 출판계에 새로운 문고시대가 열리고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문고는 옛 판형(국판의 절반이하)과는 달리 신국판정도의 대형이며 가격도 2천원 미만이 보통이다. 내용도 기존문고와는 달라 새로운 문고개념을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 신흥출판사들이 참가하고있는 점도 특색 중의 하나며, 내용 면에서 인문사회과학도서가 주종을 이루고있다. 풀빛출판사는 올해 풀빛문고·풀빛한국사 시리즈로 약70권을 기획하고있다.
풀빛문고는 인문사회과학분야를 다양하게 포괄, 1인 집필저서로 내놓을 예정이며, 풀빛한국사는 한국사관계논문을 주제별·분야별·시대별로 기획하고 해설과 참고도서목록도 첨부한다. 모두 신국판으로 l백30∼1백40페이지, 각 권 l천5백원 정도다.
한울 사는「열린 글」시리즈를 기획하고있다. 1차로 『관료적 권위주의와 조합체제』(「G·오도널」)『자본주의란 무엇인가』(「M·돕」)『인도와 식민지적 생산양식』(「H·알라비」) 등 20권의 인문사회과학이론시리즈와 『부등가 교환논쟁』(「G· 베텔하임」외)『사회구성체논쟁』(「E·세레니」외)『인도생산양식 논쟁』 (고교만외) 등 현대의 인문사회과학논쟁시리즈 20권을 준비하고 있다.
학문적인 논문·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팸플릿문고임을 내세우고 있는 「열린 글」시리즈는 1∼3편의 논문을 50페이지 내외로 엮어 6백∼7백원 정도에 공급할 예정이다.
청사사는 이미 청사청년문고를 기획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숄」) 『벗이여, 흙바람 부는 이곳에』(박병태) 『4월 혁명』 (대학생논문집) 『노신선생님』 등 4권을 신국판 2백 페이지 내외, 2천원 안팎으로 내놓았고, 거름사는 『변증법 발달사』(중대조)「현대사의 서막』(하야건이)등 5권의 거름문고를 장(장) 4·6판으로 출간, 2천원 안팎으로 공급하고 있으며, 한마당사도 『변증법의 이해』 (「풀키에」) 「노동의 의미』(청수정덕) 『생태학』 (「시모네」) 등 한마당 강좌를 내놓고 있다.
사계절사는 교양과학문고를 기획, 「삶의 지혜』「사랑과 저항의 유서』 등을 국판, 2천원 안팎으로 출간하고 있으며, 이미 『노동법 해설』을 낸 석탑사의 노동문고는 「노동조합의 일상활동』「산업재해 및 직업병의 법적 보호』 등을 계속 펴낼 예정이다.
일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문고는 4·6판, 3백 페이지 정도에 가격은 2천원 안팎이다.
새로운 문고 붐은 신흥출판사 뿐 아니라 기존의 일부 큰 출판사에까지도 번지고 있다. 현암사는 최근 4·6판, 1백∼2백 페이지 분량에 2천원 안팎의 「현암새책」시리즈를 기획, 4권을 선보였다.
이렇듯 다양한 문고시리즈는 평이한 내용으로 독자들의 대중화추세에 호응하는 가하면, 전문적인 내용을 제공해 전문화추세에도 맞추는 등 시리즈에 따라 양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출판계에 새롭게 문고시대를 맞게 된 데에는 계속되는 출판경기의 악화가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작은 부피로 싸게 공급, 현격한 구매력의 차이를 보이는 2천원 미만대의 가격을 지탱해보려는 출판사들의 궁여지책 같은 것이다.
새롭게 선보이는 문고시리즈가 전과 달리 큰판형을 갖는 것은 시원한 편집을 요구하는 독자들의 바람도 적지 않은데다 영업상 서점에서 눈에 잘 띄게 하려는 대형화추세도 한몫하고 있다.
새로운 문고의 독자는 옛 문고의 독자가 아니다. 이들은 70년대 이른바 신서시대가 육성한 새로운 독자들이다. 왕성했던 신서독자들을 다시 새로운 문고독자로 결집시켜보려는 것이 지금 문고시리즈에 참가하고 있는 출판사들의 야심 있는 기획이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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