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타임즈」 또 폐간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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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85년에 창간돼 2백년 동안 영국의 여론을 주도해온 권위 있는 신문 더 타임즈가 다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이미 지난 27일부터 신문 발행은 중단됐으며 29일자 일요판 선데이 타임즈도 나오지 못했다.
더 타임즈의 이번 위기는 경영진과 인쇄노동조합간의 분규에서 벌어졌다.
경영자 측은 그동안 따로 있었던 더 타임즈와 선데이 타임즈의 자료실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1월9일자로 관리직 노조 소속 직원을 그 책임자로 발령했다.
그러나 인쇄 노조측에서는 노조 의식이 약할 수밖에 없는 관리직 직원을 임명한데 크게 반발, 그 자리는 이제까지의 관례대로 서기직 노조 소속 직원을 앉혀야 한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경영자 측은 자료실의 책임자 임명은 경영·관리 차원의 일이므로 노조에서 간여할 성질이 못된다고 응수했다. 이렇게 입장이 대치하자 노조측은 1월13일부터 부분적인 파업에 들어갔다.
이어 양쪽은 문제해결을 위해 30여 시간의 마라톤 담판을 벌였다. 그러나 거리를 좁히지 못한 채 경영자 측은 끝내 파업에 가담한 7백50명을 집단 해고하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인쇄 노조측은 이에 전면 파업으로 대항, 며칠 간 절름발이로 나오던 신문은 그나마 발행이 중단되고 말았다.
다만 기자 노조는 인쇄 노조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과업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
더 타임즈 경영진은 28일 TV 회견을 통해 "만약 노조 쪽에서 정상 근무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 버티면 신문 사문을 영구히 닫을지도 모른다" 고 비장한 입장을 밝혔다.
더 타임즈는 지난 79년 최신 자동 시설을 들여오는데 반대하는 노조측과의 분규로 11개월 간 문을 닫았던 이래 이번이 12번째의 발행 중단이다.
거듭된 노사 분규와 발행 중단으로 적자가 누적돼 마침내 지난 81년 「톰슨」 경이 손을 떼고, 호주의 신문 재벌 「루퍼트·머도크」가 인수,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지면 제작을 쇄신해 발행 부수가 30만 부 선에서 38만 부로 늘었고 적자 경영을 가까스로 벗어나려는 시점에서 다시 분규의 회오리에 말려든 것이다.
더 타임즈의 분규가 장기화되면 「머도크」씨의 뉴스 인터내셔널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최대 발행 부수의 대중지 더 선과 뉴스 오브 더 월드 (일요지) 에 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전국 인쇄 노조에서는 더 타임즈 인쇄 노조의 투쟁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선언, 다른 신문으로 번질 우려도 있다.
노사간의 분규는 영국 신문업계의 큰 고질이다. 노조의 반대 때문에 각 신문사들은 최신 시설을 사다놓고도 사용하지 못하고 참고에 쌓아두고 있다.
노조는 시설의 현대화가 노동자들의 해고를 불러오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런던=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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