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로봇이 노인을 봉양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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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강대 전도영 교수팀이 개발한 노약자 보조 로봇. 노약자가 앉거나 일어설 때, 걸을 때 부축자 역할을 한다.

서강대 기계공학과 전도영 교수팀은 최근 노인을 비롯한 노약자 도우미 로봇 '엑스포스'를 개발해 선보였다. 다리 근력이 달려 혼자서 제대로 일어서거나 걷기 힘든 사람용이다. 이런 사람들은 집 거실에서 화장실.부엌 등으로 움직이는 것도 여간 고역이 아니다. 엑스포스는 이런 사람을 옆에서 부축해주는 사람 역할을 하도록 개발됐다. 엑스포스는 노약자의 허리춤에 벨트를 매고, 어른 양손과 같은 로봇 팔이 다리에 부목을 대듯 연결된 막대에 고정된 형태다. 앉거나 설 때는 로봇 발이 부축해준다. 걸을 때는 전동차처럼 엑스포스가 앞장서 노약자를 조심조심 끌어당겨 힘이 거의 들지 않고 걷게 한다.

선진 각국의 노인들이 넘쳐나면서 엑스포스와 같은 실버 로봇 개발이 붐이다. 일본의 아시모나 한국의 휴보와 같이 인간을 닮은 로봇은 대중의 인기를 끌지만 쓸모는 그렇게 많지 않다. 고령화 사회에 노인들에게 필요로 하는 것은 이처럼 옆에서 부축을 해주거나 밥을 떠먹여 주는 등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로봇들이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가 개발한 로봇 '케어오봇'은 첨단 노인 보조용 로봇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도 그런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상용로봇이 나오지 않고 있다. 케어오봇은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을 위해 음료수를 가져오고, 보행 때 부축하는 역할도 척척 해낸다. 또 TV나 비디오를 켜거나 채널을 선택하고, 화분에 물을 주는 등의 심부름을 한다. 약 먹을 시간을 케어오봇에 내장돼 있는 컴퓨터에 입력해 놓으면, 그 시간에 약 먹으라고 알려준다. 집에 똑똑한 비서 한 명을 두고 있는 셈이 된다. 다리오 교수는 이런 로봇이 노인 가정에 대중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예측했다.

케어오봇이 음료수를 따 건네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중풍을 맞으면 반신불수가 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중풍 환자용 재활로봇 개발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풍 환자가 늘어나지만 중풍 환자의 재활용 기기는 크게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미국 MIT대의 중풍 환자용 재활 로봇인 '매누스'는 거의 못 쓰게 된 한 쪽 팔에 로봇팔을 붙여 신경 장애가 좋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로봇 팔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팔을 이끌어 모니터의 특정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가도록 하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함으로써 신경이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것이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부터 EU에서 지원하는 '알라딘 프로젝트'를 통해 중풍 화자용 재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EU는 이에 앞서 노약자들에게 밥을 떠먹여 주는 역할을 하는 로봇도 개발했다.

미 MIT의 중풍 환자 재활 로봇. 마비된 손의 움직임을 교정해 준다.

미국 버클리대학은 무거운 군장을 지는 군인용 '입는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을 입으면 70㎏의 등짐을 가볍게 질 수 있다. 이를 노인에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럿거스대 연구팀은 무릎이나 팔꿈치. 관절염 등이 심해 앉거나 서기.걷기 등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간편한 보조 로봇을 선보였다. 럿거스대에서 개발한 것은 무릎이나 팔 등 비정상인 부위에 부목처럼 로봇을 입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한 업체는 노인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애완견 로봇을 올해 내놨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살포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는 등 진짜 강아지 흉내를 내기도 한다. 털은 잘 빠지지 않으며 항균 처리가 돼 있다.

선진 각국이 이처럼 다양한 노인용 보조 로봇을 개발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로봇을 살 때 정부에서 보조를 하는 등의 적극적인 정책이 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얼마 가지 않아 노인 가정에 도우미 로봇이 자리 잡을 날이 멀지 않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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