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첨단기술봉쇄로 일 난경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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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의 일본에 대한 첨단기술봉쇄조치로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82년 일본히따찌(일립)사의 IBM스파이사건이후 더욱 엄격하게 강화되기 시작한 이같은 상황은 새로운 기술혁신 시대를 맞아 세계 최강의 기술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일본에 치명적인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 안보상의 이유라는 고상한 거부로부터 미국안에서의 일본회사 설립금지 특허분쟁 소송 등의 노골적인 방법까지를 입체적으로 동원해, 미국이 취하고 있는 일본에 대한 기술봉쇄현황과 이러한 미국과의 첨단기술 마찰로 일본이 겪고있는 기술애로 현황 및 자구책 등을 간추려본다.
사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후 60년대까지 20여년간 기술이전을 받는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않았다.
또 일본은 제공되는 기술을 단순히 수동적으로 전수받은 것이 아니라, 호기심 많고 왕성한 탐구심을 가진 민족성을 최대한 살려 이를 자체기술로 소화시켜 오늘날 자유세계 2위, 세계 3위의 선진기술 공업국으로 성장했다.
특히 70년대이후 일본은 거의 모든 산업부문에서 종주국이며 스승의 나라라고 할수 있는 미국의 강력한 라이벌이 되었고 전자제품 등 몇몇 첨단기술분야에서는 미국안의 시장까지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했다.
일례로 83년 현재 미국의 64KD램 반도체 총수요의 70%가 일본에 의해 공급되었다.
이렇게되자 미국으로서는 자성론과 함께 확고한 대응책을 세우지 않을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그래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일본에 대한 대대적인 기술공여규제 및 일본기업의 미국침투봉쇄책이 강구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AT&T사의 광통신낙찰 변경건.
미국의 대규모 통신회사인 AT&T사는 81년6월 대규모 광통신계획에 의거해 국제공개입찰을 실시했는데 일본의 후지쓰(부토포)사가 최저입찰자로 결정됐었다.
그러나 일본기업의 미국시장 침투를 우려한 「레이건」행정부와 의회가 공동으로 압력작전을 펴 AT&T사의 광통신 발주선은 웨스턴 일렉트릭사로 변경되었다.
82년에는 미법무생에서 가격인상 담합협의가 있는 일본의 6개 반도체회사를 조사했고, 미해군의 압력때문에 추진되고있던 인공지능 로보트에 관한 국제공동 프로젝트도 전면 중지됐다.
한편 작년 상우기 미의회는 무려 2백여건에 달하는 첨단기술정보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안을 상정해 당파를 초월한 지지로 통과시켰고, 8월에는 「올머」미상무성차관이 『미국의 기술수준을 추월하는 나라는 캐나다일지라도 용인할수 없다』는 선언을 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일본을 겨냥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일본에 대한 견제는 기업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이라고 할수 있다.
일본기업이 미국기업에 의해 제소된 사건만 보더라도 82년6월 IBM사에서 산업스파이행위를 한 혐의로 히따찌사와 미쓰비시(삼능)전기가 제소당한 것을 필두로 7월에는 제너럴일렉트릭사가 엔지니어링 플래스틱에 관한 특허침해로 아사히다우사와 소니사를 걸어 제소했다. 83년1월에는 미국제무역위원회가 히따찌금속·TDK사를, 3월에는 자일로그사가 NEC사를 제소하는 등 굵직굵직한 것만도 5건에 달하고 있다.
더우기 미국은 한술 더떠서 중소기업에서 활용하기 위한 2백56KD램의 기술이전을 일본에 요구하는 등 기술개방 압력을 읕가하고 나섬으로써 일본은 진퇴양난의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일본이 세계적인 기술선진국이라고는 하지만 미국보다 앞서있는 분야는 민수용VLSI뿐이고 개인용컴퓨터와 로봇산업·파인시래믹스·공정자동화 등 몇몇분야에서 겨우 동등한 수준에 도달해있는 상태로 개인용 컴퓨터분야에서는 이미 IBM에 상당한 시장을 뺏기고 있다.
일본은 이같은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자체기술개발·기술정보활동강화·크로스라이선스확보·외국과의 공동연구개발 등 다각적인 전략을 펴고있다.
한편 미국에 대해서 최신예무기제조와 관련된 페라이트도료·광섬유·시래믹 등의 자체우위기술을 공여해 줌으로써 미국의 기술봉쇄태도를 누그러뜨리려는 추파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자칫 일본을 미국군수산업의 하강기업으로 전락시킬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근원적인 해결책이 못된다는 것.
아무튼 정부와 기업이 같이 미국의 기술봉쇄를 타개할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방안을 수립하지 못하는 한 일본은 조만간에 중병에 걸려 지금까지 겨우 쌓아올렸던 첨단기술분야에서의 약간의 우위조차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본 「주간 다이어먼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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