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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등반사고 격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해발 4천m가 넘는 웅장한 봉우리만도 15개나 거느린 알프스는 해마다 숱한 알피니스트들을 유혹하고 있으나 최근들어 등반사고가 격증하고 있다.
프랑스산악구조본부 집계에 따르면 작년여름 3개월간 프랑스국경안의 알프스에서만 등반사고로 80명이 목숨을 잃고 6명이 실종됐다.
전년도 여름의 35명 사망, 1명 실종에 비하면 곱절이상의 희생이다.
이 통계는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국경안의 알프스연봉에서의 사고희생자를 제외한 것으로 알프스전체를 통해선 희생자가 훨씬 클게 틀림없다.
작년엔 특히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몽블랑(4,807m)에서의 등반사고가 심했다.
알프스에서 이같이 많은 희생자가 생긴것은 그 주요원인이 이상고온인 것으로 산악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947년 이래 알프스지역에선 가뭄과 무더위가 계속된 일이 없었는데 작년엔 고산의 고온으로 얼음이 녹아 암석낙하·빙탑 붕괴등이 잦았기 때문이다.
몽블랑등반의 전초기지인 샤머니의 7월달 기온은 섭씨 40도까지 상승, 얼음이 녹아도 물이 돼 흐르지 못하고 곧 증발할 정도였다.
이상고온과 함께 등반인구의 급증도 사고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매년 몽블랑에 도전하는 등산가는 평균 1천2백명 정도였으나 작년여름의 경우 약l만명이 유럽의 지붕에 기어올라갔고 어떤때는 하루에 4백여명이 한꺼번에 몰린 일도 있다.
이처럼 등반인구가 폭주하면 자칫 등산질서가 흐트러지기 쉽고 조심성이 결여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악전문가들은 불리한 자연조건보다 더 위험스러운 것은 등산가들 자신의 안일한 마음가짐이라고 경고한다.
전문적인 등반기술과 경험이 모자라는데도 무리한 도전을 서슴지않아 특히 하산할때 희생자가 많이 생기며 실용성있는 등산장비보다 겉치레만 번드르르한 장비에 만족하는 것도 탈이라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요즘들어 친지나 산악구조본부에 자신의 등반코스나 일정을 전혀 알리지 않고 단독등반에 나서는 사람이 많아 사고발생때 구조가 불가능해 희생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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