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 회담 제안 계기|김일성 부자 암투-통일 일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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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신성순 특파원】3자 회담 제안을 계기로 북괴의 권력 구조 내부, 특히 김일성·김정일 부자간의 암투가 격화되고 있다고 일본에서 발행되는 통일 일보가 최근 북한으로부터 일본에 온 평양 정계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 20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3자 회담을 제안한 것은 김일성 측이며, 아들 김정일 측은 이에 강력히 반발, 자기들이 쥐고 있는 보도 기관 등을 통해 맹렬한 반한·반미 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진전될지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북괴 권력 구조 내부의 알력과 갈등을 드러낸 단적인 예로 지난 10일의 평양 방송은 작년 11월16일 있었던 김일성의 루마니아 공산당 기관지와의 인터뷰 내용을 뒤늦게 끄집어내 한국의 현 정권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방송을 하는가 하면 같은 날 북괴는 최고 인민 위원회 합동 회의에서 3자 회담 제안을 정식 의결했다.
김일성 부자의 암투는 그 후에도 계속돼 12일자 노동신문이 한국을 격렬한 논조로 비난한데 대해 13일자 노동 신문과 14일자 평양 방송은 3자 회담의 의의를 강조하고 한국의 긍정적 호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모순된 보도는 작년 8월 중공을 방문한 김일성이 중공지도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남 자제 및 대미 접근 노선을 취하려 하고 있고 친정체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데 김정일이 반발, 저항함으로써 빚어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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