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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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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최근 한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기자를 인터뷰하려던 네이처지 기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황 교수의 연구 역량보다 난자를 어떻게 얻을 수 있었는지가 관심사였다고 당당하게 털어놨다. "당신들이 자랑하는 황 교수의 연구업적도 결국 비윤리적으로 취득한 난자에서 비롯된 것과 다름없다"란 비아냥거림이 역력했다. 난자만 얻을 수 있었다면 자신들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었다는 뜻이 내포돼 있었다. 방송을 본 기자는 참담했다. 황 교수의 연구과정에 윤리적 결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를 까발리기식 보도로 풀어가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 싶어서였기 때문이다.

먼저 여성 연구원 난자 기증 문제를 보자. 생명윤리는 상급자로부터 무언의 압력이 행사될 수 있음을 우려해 하급자의 기증을 금지한다. 그러나 예외적 상황도 인정해야 한다. 황 교수팀은 휴일도 반납한 채 헌신적으로 연구에 매달려 왔다. 복제동물이 행여 유산이라도 할까봐 연구원들이 돌아가며 밤새워 연구실을 지켰다. 여성 연구원의 자발적 기증도 얼마든지 가능했으리라 보는 것이다. 그들이 네이처지 기자에게 난자 기증 사실을 시인한 것도 '등 뒤에 칼 꽂는' 질문이란 사실을 간과했던 순진함도 있었겠지만 양심에 거리낌이 없다는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난자매매 문제도 마찬가지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미국의 난자매매 실태를 감안할 때 150만원은 거래라기보다 거마비 등 감사를 전하는 동양적 충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문구에만 매달려 생명윤리의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엔 억울한 구석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졌다. 황 교수팀이 해외 학계와 언론을 설득하는 것은 무척 어려워 보인다. 표면적으론 글로벌 스탠더드를 어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학문적 업적이야 인정받겠지만 비윤리적 학자로 명예를 잃게 됐다. 줄기세포 허브 구축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사면초가의 위기다.

하지만 줄기세포 연구는 반만 년 이래 한민족이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다. 우리가 뿌린 씨앗인데 남들에게 열매를 빼앗길 수 없다. 먼저 분열된 국론을 통일해야 한다. 지금은 윤리적 비판보다 연구진에 대한 격려가 우선이다. 생명윤리는 보완돼야 하지만 교각살우(矯角殺牛)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 난자 기증 운동을 통해 겨우 16명의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한 사실까지 의심의 잣대로 들여다보는 선진국 언론을 머쓱하게 만들어야 한다. 황 교수팀은 연구에 더욱 매진해 난치병들을 하루빨리 정복해 주길 바란다. 그것만이 자중지란으로 땅에 떨어진 한국의 위상을 회복하는 길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