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코리안] 브래드 피트도 이긴 '한국 몸짱'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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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플지가 뽑은 올해의 섹시남 5위
대니얼 대 김 은

◆1968년 부산 출생.한국 이름은 김대현
◆두살 때 미국으로 이민. 뉴욕대 석사(연기 전공)
◆1997년 데뷔
◆주요 출연작:로스트, ER, 제시카의 추리극장, CSI 과학수사대 시즌5, 24 시즌2 등
◆취미:테니스.미식축구.스키.태권도

미국 ABC 방송은 드라마 히트작에 늘 목말라 있었다. 마침내 구세주가 등장했다. 요즘 미국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몰고 다니는 TV 드라마 '로스트'다. 매회 평균 2000만 명의 시청자를 불러 모으고, 올해 에미상의 최우수 드라마상도 수상한 작품이다.

로스트의 치솟는 인기와 함께 극중 한국인 진 역인 대니얼 대 김(37.사진.한국 이름 김대현)의 인기 또한 상한가다.

그는 이미 아시아 출신 배우로는 유일하게 연예 주간지 피플이 선정한 '올해의 섹시남 10걸'에 올랐다. 네티즌이 선정하는 '최고의 섹시남' 투표에서도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를 제치고 5위를 지키고 있다. 11일에는 바쁜 촬영 일정에도 불구하고 유명 월간지 '베너티 페어'의 내년 2월호 화보도 찍었다. 베너티 페어는 소수민족 출신 배우는 잘 싣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 촬영 제의를 받았을 때 미국 주류 사회가 한국인, 넓게는 아시아인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문을 조금 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뻐했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두 살 때 미국으로 온 이민 1.5세. 대학에서 정치학과 연극을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연기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97년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로스트에서 미국 TV 역사상 유례가 없는 한국어 대사와 영어 자막이 가능했던 요인의 하나로 그는 한류를 꼽았다. "한국 영화가 급부상하면서 할리우드 제작자와 감독들이 갑자기 한인 배우들을 눈여겨 보기 시작했어요."

아닌 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는 아시아인 배역이 거론되면 먼저 한인 배우부터 찾는다. 일종의 로스트 효과다. 그는 "한류가 재미동포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TV 드라마에서 한국말 연기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그는 처음엔 덜컥 겁이 났다고 털어놨다. '못 말리는 황소 고집'과 같이 처음 듣는 한국말도 많았고, 경상도 사투리를 고치느라 애도 많이 먹었다. "다행히 함께 연기한 김윤진씨가 한국말 발음도 바로 잡아주고 맘도 편안하게 해줬습니다. 그때 베푼 친절은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이젠 부모와도 항상 한국말로 대화할 정도로 한국어 실력이 늘었다. 한국말을 잊지 않기 위해 로스트가 끝나도 계속 한국어를 공부할 생각이다. 요즘엔 한인 작가 레너드 장이 쓴 소설 '어깨 너머로(Over the Shoulder)'를 시나리오로 만드는 작업에 한창이다. 한인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 마음을 끌어당겼다고 했다.

그가 이름에 특별히 '대'를 쓰는 이유는 뭘까. 미국 배우 노조는 다른 사람과 같은 이름을 못 쓰게 하는데, 대니얼 김이란 이름이 먼저 등록이 돼 있었기 때문에 한국 이름 첫 자인 '대'를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이 내 이름을 훨씬 잘 기억하는 것 같다"며 그는 활짝 웃었다.

로스앤젤레스 지사=안유회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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