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층에서 뛰어내리고도 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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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38명의 희생자를 낸 부산 대아호텔화재 현장에서 한 소방관과 한 시민이 힘을 합쳐 20여명의 인명을 구해냈다.
부산진 소방서 범성파출소 소속 인명구조 특공대원 이갑진씨 (30) 와 시민 김봉식씨 (30·조양기계직원) .
14일 상오 8시쯤 현장에 출동한 이씨는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뒤 맨처음 발화장소에 투입돼 우왕좌왕하는 욕객 10명을 안전하게 밖으로 대피시켰다.
30여 분간 현장에서 대피를 유도한 이씨는 자신에게 위험이 닥쳐온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산소가 바닥나 연기를 마시기 시작한데다 워낙 유독가스와 연기가 짙게 깔려 자신의 탈출구를 찾을 수 없었던 것.
간신히 창문쪽으로 다가가 유리를 깬 뒤 머리를 내밀고 구조를 요청, 사다리를 타고온 동료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다시 새 산소마스크를 얻어 쓴 이씨는 10층 옥상으로 올라갔다.
김씨가 인명구조에 나선 것도 이때.
출근버스 속에서 화재를 목격한 김씨는 버스를 세워 옥외 비상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가 화마에 갇힌 투숙객들에게 로프를 내려 주고 있었다.
김씨는 13년간의 등산경험을 살려 창문에 매달린 투숙객들에게 로프 감는 방법과 구출자 순서를 알려주었다.
김씨와 함께 로프를 잡고 올라오는 투숙객들을 끌어올리던 이씨는 7층과 8층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투숙객들을 발견했다.
이씨는 10층 옥상 굴뚝에 로프를 고정시키고 내려가 실신 상태에 있는 투숙객 7명을 차례로 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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