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LA금메달 낙관 못한다|김진호, 중공여고생「리링잔」에 정상 뺏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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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LA올림픽에서 한국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후보로 지목되어온 김진호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3개월전 세계선수권 제패이후 난조에 빠진 김진호의 정상자리가 매우 위험해졌다. LA올림픽을 2백 여일 앞두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오세아니아 양궁선수권대회에서 김진호는 국제대회에 처음 모습을 나타낸 중공의 신예「리링잔」에게 13점차로 완패. 패권을 뺏긴 것이다.
한국은 15일 끝난 이 대회 남녀단체 우승을 차지했으나 김진호 (한체대) 와 배진성 (김해고) 이 각각 2천3백83점과 2천3백4점으로 2위에 머무르는데 그쳐 실망을 안겨 주었다.
한국은 82년 일본의 오비히로에서 열렸던 제1회 대회에서 개인종합뿐만 아니라 단체종합 그리고 7개의 거리별까지 휩쓸면서 아시아 대양주에서 최강국임을 확인했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0월의 세계선수권대회 (LA) 에서도 세계대회신기록을 세우면서 패권을 차지, 개인종합만 시상하는 LA올림픽 금메달획득이 유력한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번 대회 기간중 세찬 비바람이 불어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어려웠다고는 하지만 호프 김진호 마저 자신의 최고기록인 2천6백36점에 무려 2백53점이나 뒤지는 부진한 성적으로 중공의 여고 1년생인 17세외「리링잔」에게 꺾었다는 사실은 큰 충격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한국은 그 동안 중공은 생각지도 않았고 오직 소련만을 최대경쟁국으로 여기면서 LA올림픽 금메달만을 목표로 강훈을 쌓아 왔다.
때문에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서 정신적으로 해이한 자세를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또 기술적으로도 비바람이 강한 이상기후에 대한적응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패인으로 꼽을 수 있다.
보통 35파운드(인장력)이하의 활을 쓰는 한국선수들이 40파운드의 무거운 활을 사용하는 중공의 선수보다 바람 속에서는 불리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김형탁 대표팀코치는『세계 대회뒤 한국은 LA올림픽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그동안 체력보강훈련에만 역점을 두었었고 실전연습이 부족했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난번 코치교체소동의 후유증이 의외로 컸던 것으로 풀이 되고 있다.
다행히 여고생 이순미(진해여고)가 싱글라운드 개인종합 1위를 차지하면서 더불 종합 3위에 뛰어올라 선수층이 엷은 한국여자 양궁에 한가닥 위안이 되고 있다.
또 남자부에서도 한국팀의 막내인 배진성이 개인종합 2위에 뛰어올라 그 동안 여자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한국남자양궁이 급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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