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다음엔 아이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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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애플이 컨셉카 개발 중이라는 소문 돌아…생산한다면 2020년쯤 시판에 들어갈 듯

오래 전부터 애플카 개발의 지름길은 테슬라 모터스를 인수하는 방법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본사로부터 몇㎞ 거리에 애플의 비밀 시설이 있다. 2월 중순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루머의 중심에 그 시설이 있었다. 애플이 ‘아이카(iCar)’를 개발 중일까(자동차 업계에 파괴적 혁신을 몰고올 전기 자동차다)? 또는 차내 운영체제 혁신을 겨냥한 애플의 비밀 프로젝트가 그 신규 시설에서 진행 중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애플이 자동차를 개발 중이라면 시가총액 7000억 달러의 첨단기술 공룡이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복잡한 신사업이 될 것이다.

“애플 주주 입장에선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고 GM 전 CEO 댄 애커슨이 지난 2월 17일 애플의 자동차 산업 진출 전망을 두고 디트로이트 뉴스에 말했다. 실제로 애플 전체 제품의 순이익률은 22%에 달한다. 하지만 자동차의 순익 마진은 훨씬 낮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IHS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평균 3.5% 안팎이다.

애플 팬들은 이른바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이 업계 판도를 바꾸는 애플카로 향하는 첫걸음이라는 추측에 열광한다. 팀 쿡 CEO의 공개발언을 면밀히 분석하며 암호해독 전문가처럼 애플의 자동차 개발 포부에 관한 단서를 찾는다. 그들은 애플이 세계 PC와 모바일 단말기 시장 판도를 뒤집었듯이 자동차 산업에도 혁신적 파괴를 불러일으키리라고 기대한다.

“애플은 자동차가 승산 있는 사업인지 결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자동차 업계에서 20여 년의 경력을 쌓은 평판관리 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 스콧 업햄 부사장은 예측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나눈 모든 대화로 미뤄 짐작컨대 애플이 자체 브랜드 자동차 개발을 대단히 진AUTO지하게 고려 중인 듯하다.”

애플카는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애플이 개발 초기단계에 있다면 3년 뒤에는 컨셉카를 공개할 수 있다고 업햄 부사장은 추정한다. 2018년 1월의 디트로이트 오토쇼가 컨셉카를 공개하기에 이상적인 시점이 될 것이다. 그 뒤 애플 컨셉카를 대량생산 단계의 제품으로 만드는 데 최소 1년이 더 걸린다. 그럴 경우 현재의 업계 추세 기준으로 2020년 또는 그 다음 해 시판에 들어갈 수 있다.

애플의 팀 쿡 CEO는 애플의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 루머에 관해 아직 공개적으로 논평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신차의 경우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모여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시점으로부터 출시 직전의 차량이 처음 조립라인에서 완성돼 나오는 순간까지 평균 5년가량 걸린다. 캘리포니아주 오린지에 소재한 자동차 컨설팅 업체 카랩을 이끄는 에릭 노블 사장의 설명이다.

애플카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비용은 얼마나 들까? 자동차 개발 비용은 천차만별이라고 노블 사장은 말한다. 자동차 유형과 새로운 차대를 사용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자동차 메이커는 하나의 차대를 여러 모델에 적용한다. 하나의 원가절감 수단이다. 그러나 애플은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 자동차를 개발한다. 개발비가 조립라인에서 첫 완성차가 나오기까지 통상적인 비용의 상한에 가까워진다.

“비용은 엔지니어링 연구와 개발을 얼마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노블 사장은 말했다. “포드 자동차는 대단히 중요한 글로벌 차대 개발에 30억~50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신차 개발 비용이 10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은 자동차 업계에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완전 신차는 개발비가 20억 달러까지 들 수 있다. 엔지니어링 연구·개발 그리고 새 차대와 마감장식을 반영해 공장 설비를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까지 포함된다. 애플카는 현존하는 가장 최신 모바일 기술을 내장하게 된다. 따라서 개발비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 수 있다.

애플이 그 프로젝트에 이미 상당한 돈을 쏟아부었을지도 모른다. 애플의 최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2012년 34억 달러에서 지난해 60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자동차 업계의 신생 벤처기업들은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고 노블 사장은 덧붙였다. 제조 설비가 부족하다는 문제다.

애플카는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까? 오래 전부터 애플카 개발의 지름길은 테슬라 모터스 인수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테슬라 모터스는 이미 연구·개발에 31억 달러를 지출했고 올해 15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이다. 9년 전에 창업한 테슬라 모터스는 아무리 빨라도 2020년까지는 흑자를 낼 가망이 없다. 하지만 애플이 테슬라 모델 S의 경쟁모델을 개발한다면 상당한 우위에 서게 된다.

테슬라 모터스 인수는 이른바 가장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해법은 아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무려 250억 달러에 달한다. 애플이 갖고 있는 3가지 신차 개발 방안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신생 자동차 벤처기업에는 3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노블 사장은 말했다. “첫째는 처음부터 완전히 공장을 새로 짓는 방법이다. 보통 가장 큰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택하는 전략이다. 둘째, 테슬라 모터스가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을 인수했듯이 다른 업체의 시설을 넘겨받는 방법이다. 아니면 외주 제작도 있다.”

공장신설에는 초기 투자와 자원이 가장 많이 필요하다. 자동차 전문지 카(CAR)에 따르면 일반적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자동차 공장을 신설하는 데 12억~20억 달러가 든다. 기존 공장을 인수하면 초기 투자비용은 적게 들지만 환경이나 노사 문제까지 딸려 올 수 있다.

제3안은 가장 애플다운 방안이다. 아이폰처럼 제3자에게 맡겨 외주 제작하는 방식이다. 애플 경영진이 여러 차례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고 전해진다. 세계 최대 하청 자동차 제조사인 마그나 슈타이어가 자리 잡은 곳이다. 마그나 슈타이어는 지프 체로키와 애스턴 마틴 라피드를 생산하는 업체다.

애플이 궁극적으로 공장을 짓거나 인수하더라도 마그나 슈타이어를 통한 외주 제작이 가장 합당한 방법일 것이다. 애플이 전기 자동차 생산과 글로벌 마케팅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데 여러 해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카가 아이폰처럼 날아오르려면 결국에는 공장 생산능력을 확대해야 한다. 그때가 되면 다른 자동차 메이커들과 똑같은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어디에 대규모 조립공장을 짓느냐다.

애플카는 의심할 여지 없이 애플의 39년 역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거금이 드는 프로젝트로 손꼽힌다. 하지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2011년 타계하기 수 년 전에 품었던 포부를 실현하는 일이다. 자동차 업계에 모바일 기술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애플의 보유 현금 1780억 달러는 제너럴 모터스와 크라이슬러를 모두 인수할 만한 액수다. 그런 점에서 애플은 분명 충분한 자금력을 갖췄다.

글=안젤로 영 아이비타임스 기자,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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