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공의 "통상 밀월" 아주 긴장 완화에 도움|중공 수상 조자양, 미국 나들이서 무엇을 얻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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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넥타이에 양복을 입고 미소를 지으며 다니는 조자양 중공 수상을 보고 한 미국 평론가는 그가 공산당 지도자이기보다 사업가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미국의 주요 신문들도 그가 물질적 보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실용주의 경제개혁을 주도한 인물이란 점을 강조해서 소개했다.
조 수상을 떠나 보낸 후 미상무성의 한 관리는 중공이 외국에서 물자를 사려해도 돈이 없다는 이야기는 「헛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공은 1백50억 달러의 외환 보유고를 갖고 있어 그들이 사고 싶은 것은 무엇이나 다 살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북한의 3자 회담 제의 때문에 조 수상의 방미 활동 중 주로 한국 문제에 관한 부분만이 중점적으로 보도되었지만 사실은 그의 이번 방미는 주로 상담 쪽에 역점이 두어졌었다.
그러나 미국 관리들은 이밖에도 원자력 협력 협정과 군사 협력 협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으며 오는 4월 「레이건」 대통령이 북경에 가서 서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원자력 협력은 앞으로 미국이 중공에 우라늄 등 원자로의 연료와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핵 확산 금지 조약에서 명하지 않은 중공이 그러한 핵 물질을 제3국에 제공하는 것을 어떻게 막느냐는 문제가 지금까지 이 협정을 지연시켜온 주 이유였다. 그런데 조 수상은 이번 방문 중 만찬회 연설에서 『중공은 결코 다른 나라에 핵 기술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조그마한 구실만 있으면 핵 흥정을 밀고 가려 급급한 미국 관리들을 쉽게 설득했다. 군사 협력 협정은 중공에 대전차·대공화기 등 미국이 말하는 이른바 「방어용 무기」 판매를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와인버거」 미 국방장관이 북경을 방문했을 때 그는 미국이 중공에 팔 수 있는 무기 목록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공은 미국 무기 체계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미연에 피하기 위해 이런 무기의 대량 수입보다는 자체 생산 기술의 도입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은 82년 미국으로부터 3억5천만 달러 상당의 물자를 수입해 왔는데 이 액수가 83년에는 8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조 수상의 방미에 이어 「레이건」 대통령의 중공 방문에서 여러 가지 협정들이 조인되면 84년부터 양국간 교역량은 엄청나게 불어날게 틀림 다.
미-중공간의 이와 같은 교역량의 증가가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통상 면에서의 접근이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정치적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 줄 수도 있고 미-중공 접근 모델이 지금까지 서방 세계와 높은 담을 쌓고 살아온 북한 지도자들에게 유혹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조 수상의 대미 상담들은 한반도 긴장 완화 문제와 직결된 문제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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