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의 형상화는 인위적 흔적 없이 자연스러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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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는 짓는 것인가, 지어지는 것인가?』
이런 질문이 제기 될 때 여러분은 어떤 답안을 내시 겠읍니까?
시는 신골에다 고무를 녹여 부어서 고무신을 만들어 내듯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감이 충분히 우로를 마시고 햇볕을 쬐어야 비로소 꼽게 익어서 저절로 떨어지듯, 시의 열매도 필요조건이 갖추어져서 저절로 익어 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시의 모티브(동기)는 일상생활 속에 널려있는 것입니다. 잠시 일었다 스러지는 뜬구름 같은 잡다한 상념들은 곧 잊혀지지만 그중에서 강렬한 인상은 우리의 가슴속 깊이 사진 찍혀 우리 심령의 일부가 되어 붙어 다닙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티브는 하나의 추상적 개념에 불과하므로 형상이라는 의상을 얻어야 비로소 시로서 탄생된다는 것은 이미 설명한 바 있읍니다.
시인은 그 사진이 하나의 초점으로 응집되고 영혼의 술통에서 정수가 양조된 다음, 거기에 어울리는 의상이 와서 자연스럽게 결합되기을 참고 기다려야합니다.
중국고사성어에「천의무봉」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하늘에서 사는 신선의 옷은 꿰맨 자국이 없이 걸치면 그대로 몸에 꼭맞는다 하여 시의 구성이나 기교에 인위적인 흔적이 드러나지 않고 자연스럽게 완성된 것을 비유하는데 쓰이는 말입니다.
동서 고금의 명시치고「천의무봉」아닌 것이 없다는 사실을 큰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 말을 특히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생활 시조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속성 제작하는 풍조를 경계하고자 한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요즘 시조에서 유행되다시피 하는 가락을 벗어나서 뭔가 좀 다른 몸짓을 보이려고 하는작품들을 애써 골라 보았읍니다.
『민락동에 뜨는 달』과『운학문매병』그리고『동해환상』은 우선 제목이 눈길을 끕니다. 제목은 작품의 문패와 같은 것이므로 소홀히 할 일이 아니지요. 그러나 하나같이 설익은 느낌이 드는 것은 역시 속성 제작의 탓인것 같습니다.
『맷돌』은 무난하게 한 수준을 지킨 작품.
『풍경 13』의 작자는 많은 작품을 쓰면서 시조를 새롭게 시도하려는 뜻은 장하나 역시「짓는 시」에서 벗어나지 못한게 흠입니다. 가장 정돈된 것 같아 이 한편을 선보입니다. 장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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