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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파산 위기 맞은 GM의 대규모 감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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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가 2008년까지 미주지역에서 3만 명의 종업원을 해고하고 12개 사업장을 폐쇄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GM은 올 들어 9월까지 모두 4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주가가 18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경영실적이 계속 악화되면서 한때 파산설이 나돌기까지 했다. 이번 GM의 대규모 해고와 공장 폐쇄는 파산위기를 모면하려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 계획에도 불구하고 GM의 회생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그동안 경영 실패의 후유증이 이번 구조조정만으로 말끔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GM이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이면 자동차 생산량도 감소해 조만간 2위인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에 세계 1위 자리도 내줄 수밖에 없다. GM은 주식 시가총액과 순익 면에서 도요타에 추월당한 지는 오래다.

미국 제조업의 상징인 GM이 이토록 허망하게 추락한 데는 신차 개발과 마케팅 경쟁에서 뒤진 데다 퍼주기식 노사관리로 재무상태가 악화한 것이 큰 몫을 했다. 노조는 파업 위협을 일삼았고, 회사는 강경노조를 무마하느라 매년 임금을 큰 폭으로 올려주고, 퇴직자에게까지 복지혜택을 주다 보니 재정이 거덜난 것이다. 이러고도 세계 자동차시장의 극심한 경쟁구조에서 지금까지 버텨온 게 이상할 정도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급격한 퇴조와 대규모 감원 열풍은 기업의 방만한 경영이 얼마나 심각한 경제.사회적 파장을 불러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 과도한 임금 인상과 복지혜택을 요구한 노조와, 이들의 무리한 요구를 무책임하게 들어준 경영진 모두가 회사를 몰락의 길로 이끌고 말았다. 그 결과는 노사 모두의 공멸(共滅)이다. 회사가 망하고 나면 경영진도 종업원도 없다.

잘나가는 기업도 자칫 방심하면 언제라도 추락할 수 있는 게 기업 생태계의 생리다. 우리 기업들도 GM의 경영 실패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