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와 이승만 대통령-(8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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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월9일.
오늘 아침에 우리는 원주가 포기되었다고 들었다.
대통령은 즉시 대구에 가서 청년들을 만나보고 전국민이 인해전술에 대항하도록 해야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자기가 부산에 체류해서는 안되고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후방의 모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싸우기를 원하고 있으나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 해전엔 인 해로">
대통령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민 모두가 죽을 각오로 다 함께 싸울 것을 호소하며 게릴라는 게릴라로 대항하고 인해 전술은 인해 전술로 막아내자는 담화를 발표했다.
『자기만 살겠다고 숨을 곳을 찾지 말고 우리를 죽이려고 쳐들어오는 적을 무찌르기 위해 죽창이나 수류탄, 심지어 식도라도 들고 나와 앞장서서 싸우겠다는 결의를 가져야만 우리가 모두 함께 살 수 있을 것이다.
국군과 우리 우방군인들이 많은 목숨을 희생해가며 싸우고 있는 이때 밀물처럼 밀려오는 적들을 쳐부수려면 우리가 다 같이 일어나서 중공오랑캐의 인해전술을 더 강력한 인해전술로 막아내야 할 것이다.
유엔은 우리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나 작전상 후퇴만 하다가 결국 우리 형편이 오도가도 못하게 되면 필경 우리도 다 죽고 국가운명도 위태롭게 된다.
우리 금수강산을 중공오랑캐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생명을 바쳐 개미떼 같은 적을 몰아내야만 한다.
그러므로 피하는 것은 죽는 길이오, 다 같이 일어나 싸우는 길이 사는 갈이다.
비록 중공군 2백만 명이 들어온다 해도 우리 2천만이 다 함께 물고 뜯고 해서라도 한 놈도 살아나갈 수 없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후퇴하면 원조 끊겨>
이렇게 해서 우리가 계속 밀고 쳐 올라가야만 우방의 원조도 꾸준히 들어올 것이고 또 적군을 물리치고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이다.
큰 도시든 촌락에서든 모든 국민들은 쌀을 타다가 밥을 지어 주먹밥이라도 만들면 그것을 실어다가 전선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먹일 수 있다.
또 남자들은 참호라도 파며 결사대를 조직하여 적의 진지를 뚫고 적군 속으로 들어가 힘껏 싸워야 할 것이다.
농촌에서는 짚신(짚으로 짠 신발)을 삼아서 자진헌납 할 수도 있고 짚 값을 주도록 해 계속 짚신을 만들어 군인들에게 신발을 신게 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후방국민들은 헌옷을 벗어서라도 전선으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입혀 보내고 주먹밥이나 떡을 만들어 다만 2, 3일분이라도 지니게 해야하며 광주리에라도 밥을 담아 계속 전선으로 보내주어야 할 것이다.
인 해전이 아닌 보통전쟁이라면 군인이 전방에서 싸우고 국민은 후방에서 도울 것인데 지금 우리 형편은 중국공산당이 사람을 강제로 몰아다가 물밀 듯 들어오고 있어서 군인만 가지고 대항하기 어려우므로 싸우는 국군 뒤에서 우리가 소리라도 질러주며 지원해주고 틈틈이 들어가서 한 두 놈의 적이라도 없애야 될 것이다.

<부유층의 자성 촉구>
소위 돈 있고 세력 있는 사람들이 거의 다 부산으로 모여들어 공산당의 선전에 떨며 공포심을 가지고 자기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생각에서 피신할 곳만 찾고 있게되면 인심이나 분위기가 더 험해질 것이니 그런 인간들은 모조리 몰아내든지, 그렇지 않으면 그런 사람들도 자각하여 생명과 재산을 내 놓고 우리와 같이 싸워 적군을 소탕할 결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럴 때 돈 가진 사람들이 각기 자기의 성의를 다해서 무기도 보충해주고 주먹밥 한 덩이라도 더 내주면 그것이 나라에 공헌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피난할 궁리나 하고 선동이나 하는 자들은 일일이 조사해서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다 힘을 합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는 결심만 가지면 다 함께 살 수 있다.
어서 일어나서 적군이 더 내려오기 전에 우리가 밀고 올라가자.
모두 일어나서 먼저 앞장을 서면 그 뒤로 또 계속 일어날 것이다.
지금 우리국군이 맹렬히 싸우고 있고, 유엔군이 온갖 장비와 비행기와 무기 및 군수품을 충분히 가지고 전방에서 싸우고 있으니 우리가 무엇을 두려워 할 것인가.
아편으로 마비된 저 중공오랑캐는 우리가 다 일어나서 밀고 올라가는 날 전멸할 것이다.
다함께 일어나서 반만년을 이어온 조국을 지키자.
우리가 조국을 빼앗기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며 중국공산당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중공군은 아편중독>
우리 청년들의 애국심과 사기를 죽이는 어떤 구실이 언제나 있었다고 대통령은 말했다.
순수한 우리 청년들의 기백과 애국심을 살려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우리의 승리는 확실하다.
우리는 약 50만 명에 달하는 우리 청년들을 다른 장소에 옮겨 훈련을 받도록 해야한다.
미군은 이 청년들을 오끼나와나 사이판, 또는 다른 곳에 데려가 적어도 4개월의 훈련을 시킬 수 있을 것이며 그리하여 승전 후 우리는 유엔군의 철수 때 태세를 갖춘 우리의 군대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다른 일로 바쁘다는 것을 아는 바이지만 이들 청년들에 대한 훈련은 지금 시작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인 것이다.
바로 이 청년들은 필요할 때에 대비시키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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