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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서 재미보는 일 총회 꾼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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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신성순 특파원】한국이 일본기업들의 총회 꾼 접대기지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주총회 때마다 총회 꾼 들의 극성 때문에 적지 않은 물의를 빚어온 것이 사실.
이 때문에 일본정부는 82년10월 상법을 개정해 총회 꾼 들에 대한 일체의 자금지출이나 향응 등을 금지, 총회 꾼 몰아내기 운동을 폈다.
이 때문에 작년 주주총회 때는 오랜만에 총회 꾼 없는 주주총회를 치렀으며 이대로 가면 총회 꾼은 아주 사라질 것이란 얘기까지 나왔던 것.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모습을 감춘 총회 꾼 들이 한국으로 건너가 한국에 진출하고 있는 일본기업의 지사를 찾아가 기생파티 등 향응과 돈까지 받아 재미를 톡톡히 보고있다는 얘기다.
한국에 나가 있는 지사들이 총회 꾼 들을 대접하는 것은 물론 본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인데 기업 측은 『유력한 총회 꾼은 한국의 요인들과도 잘 아는 사람이 많고 그런 관계로 사업 면에서도 여러 가지로 신세를 지고있어 대접을 않을 수 없다』는 설명.
총회 꾼이 한국을 방문하면 관계지사에서 항공비 일체와 체재비는 물론 낮에는 골프, 밤에는 기생파티를 제공하고 돌아올 때는 「차비」라는 명목으로 돈 봉투까지 쥐어준다.
일본 모 유력기업의 한국지점장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과거부터 연분이 있는 총회 꾼 과는 쉽게 손을 끊을 수 없다. 그래서 본사의 총무 쪽에서 「일본에서는 대접을 할 수 없으니 한국에서 처리해 달라」는 연락을 해오면 지점에서 지점경비로 대접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의 세법은 자본금과 매상금의 일정비율에 대해서는 영수증 없이 기밀 비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본사의 지시만 있으면 세무당국에 대한 신경을 쓰지 않고 대접이 가능하다는 것.
일본 경시청 조사에 따르면 82년11월 개정 상법시행 전만 해도 동경에 약3천5백 명의 총회 꾼이 있었으나 개정상법시행으로 기업체로부터 찬조금 등의 명목으로 나오던 돈줄이 끊기자 많은 수가 전업, 지금은 1천명 내외로 줄었다.
전업한 사람들은 부동산 브로커·정치 브로커·귀금속상 등 여러 가지 직업을 마련했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계속 기업체와 알게 모르게 접촉,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번에 한국이 이들에 대한 접대기지가 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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