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라도 좋다 수비 보장을" 이승엽, 22일 지바 롯데와 첫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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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느냐, 떠나느냐.

이승엽(29.지바 롯데.얼굴)의 진로가 이번 주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으로 윤곽을 드러낸다. 일본의 스포츠전문지 '스포츠 호치'는 "22일 이승엽의 대리인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와 세토야마 류조 롯데 구단 대표가 첫 협상을 한다"고 보도했다.

"롯데가 1년 계약에 연봉 2억 엔을 제시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 연봉 2억 엔(약 18억원)의 이승엽은 "돈보다는 주전을 보장해줄 수 있느냐"를 첫 번째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승엽은 13일 미토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발표하면서 "돈은 나중이다. 수비를 보장해줄 수 있는 팀에서 마음껏 야구를 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주전 1루수로 매일 기용되자 "나흘 연속 게임에 나간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며 시즌 중 밸런타인 감독의 들쭉날쭉한 기용에 만족하지 못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승엽이 수비 보장을 계약의 첫째 조건으로 내건 의미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서다. 이승엽은 "수비에서 내 위치가 없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은 그만큼 힘들다. 방망이 하나로만 빅리그 타자들을 앞설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바 있다. 다카쓰 신고, 이시이 가즈히사 등 일본 선수들을 메이저리그에 진출시킨 미토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승엽은 롯데에 프랜차이즈 1루수 후쿠우라가 버티고 있는 점을 감안한 듯 "1루가 아니면 외야라도 좋다"며 수비 위치에는 연연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세토야마 구단 대표가 "수비 보장은 감독과 얘기할 부분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수비 보장을 계약서상에 집어넣는 것은 무리다. 선수 기용이야말로 감독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승엽이 "수비를 보장해 달라"고 강조하는 것은 '매일 경기에 나가고 싶고, 그렇지 않으면 롯데를 떠날 수 있다'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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