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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방향엔 동의 … 단, 세금 쓰는 단체만 적용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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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기업 문제에 국가가 왜 개입하나.”

 국회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대(67· 사진)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영란법’ 도입과 관련해 “적용 대상에 문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간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신문과 방송에 대한 판단은 독자가 해야지 국가가 개입해서 해당 회사 임직원들에게 돈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할 수는 없다”며 “국·공영 언론이 아닌 민간 언론의 언론인을 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헌법적으로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2006년 지역법관 중에선 처음으로 헌재 재판관에 임명된 그는 이강국 전 헌재소장이 이끌던 4기 헌재에서 조대현 전 재판관과 더불어 소수의견을 많이 낸 재판관이다. 2008년에는 간통죄에 대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 적용 대상이 너무 확대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 등을 넘어 민간 언론까지 법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부적절하다. 순전히 언론자유에 기초해 만들어진 사기업에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해당 언론사 기자들이 부패해서 돈 받고 하면 그런 집단에서 만들어진 신문·방송은 독자가 안 보면 되는 것이다. 다만 사립학교 교원과 이사장은 포함시켜야 한다. 사립학교도 교원 보수의 상당 부분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한다. 공립학교와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면 대상이 되는 게 맞다.”

 - 시민단체 등은 빠졌다.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서 문제다. 민간 언론사 기자를 포함시킨다면 변호사나 공인회계사 등도 다 해야 할 거 같은데 그들은 또 빠졌다. 시민단체도 국가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단체라면 당연히 적용 대상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세금에 의해 운영되거나 해당 집단의 업무의 핵심 부분을 국민이 낸 재원에 의지해 유지하는 단체라면 다 포함돼야 한다. 그들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집단들이니까. 하지만 사기업은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 법은 100만원 이상 수수 시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처벌한다.

 “부적절해 보이는 측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법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법을 일반법처럼 볼 것인지, 아니면 공직사회를 돈에서 해방시켜야겠다는 사회적 변혁을 이뤄내려는 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다. 만약 일반법으로 본다면 과하다. 하지만 공직사회에 돈이 오고 가는 일이 없도록 근절하자는 입장이라면 부작용이 있어도 용인할 한도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2012년 헌재가 선거 관련 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된 국회의원의 당선무효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264조에 대해 합헌결정할 당시 혼자 위헌 의견을 냈다. 벌금 100만원이란 기준이 자의적이라고 판단해서다. 이때의 내 판단은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의 자격을 유지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데 벌금 100만원이란 기준이 판사 재량으로만 정해지는 게 문제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법에서 100만원 이상이란 기준은 적절하다고 본다. ”

 -‘배우자 금품수수 신고 의무’ 조항은.

 “국가보안법도 간첩 잡는 데 신고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공직자들이 금품을 받는 문제가 간첩을 잡아야 할 정도로 시급하고 중차대한 문제라면 해당 조항을 무조건 위헌이라고 볼 수는 없다. 나는 지금 우리 사회가 크게 한번 맑아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이 법의 전체적인 도입 취지에 찬성한다. 공무원에게 돈을 주지 않고도 얘기할 수 있어야 하고 돈 없어도 얘기하는 데 손해를 보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언론인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문제 있는 조항은 시급하게 고쳐야 할 것이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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