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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꾼 유광우, 삼성 7번째 우승컵 토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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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3일 인천 대한항공전에서 승리한 뒤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든 삼성화재 선수들. 예년보다 전력이 약했지만 신치용 감독(가운데)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인천=뉴시스]
유광우

프로배구 삼성화재 신치용(60) 감독은 이번 시즌 “잘 버티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삼성화재는 시즌 초반 주전 라이트 박철우(30)가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고, 뚜렷한 선수 보강이 없어 전력이 예년 같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시즌 중반부터 2위와의 승차를 크게 벌리며 독주했다.

 삼성화재는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 7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아울러 삼성화재는 2005년 프로배구 원년부터 11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삼성화재는 28일 시작되는 챔프전(5전3승제)에서 통산 9번째 우승과 함께 8연패에 도전한다.

 삼성화재는 7개 팀 중 범실(세트당 4.95개)이 가장 적다. 실수가 줄자 버티는 힘도 강해졌다. 과거의 삼성화재가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를 제압했다면, 지금은 쉽게 지지 않는 배구로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냈다. 국가대표가 한 명도 없는 삼성화재가 독주한 데에는 ‘버티기 배구’를 진두지휘한 세터 유광우(30)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영리하며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한 유광우는 ‘코트 안의 감독’이다. 신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뒤 “세터와 감독, 외국인선수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나도 광우도 다 잘했다”며 웃었다.

 학창 시절부터 유광우는 ‘천재 세터’라고 불렸다. 인창고 3학년 때는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고, 인하대 4학년 때는 김요한(30·LIG손해보험)과 함께 4관왕을 일궈냈다. 2007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을 하던 중 발목을 다쳤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없었다. 통증을 참고 대회를 마친 유광우는 그해 11월 전체 2순위로 삼성화재에 지명됐다.

 팀에 합류해 수술부터 받았다. 퇴원을 했지만, 통증은 지속됐다. 다시 입원해 10개월 동안 병원에 머물렀지만 상태는 더 악화됐다. 의료사고였다. 결국 독일에서 2차 수술을 받았다. 파독 광부 출신 한일동씨 집에 6개월간 머물며 재활치료에 전념했다. 2년여의 공백을 깨고 그는 기적적으로 돌아왔지만 지금도 점프 토스를 쉽게 하지 못한다. 1주일에 한두 차례 신경 주사와 진통제를 맞으며 토스를 올리고, 수비를 하고 있다.

 2010년 최태웅이 현대캐피탈로 떠나고 나서 주전 세터가 된 유광우는 지난 2012-13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최우수세터상을 받으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2010년 이후 국가대표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는 “(국가대표가) 욕심은 나지만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 레오(25)의 공격 점유율이 60%에 육박한다. ‘레오화재’라는 비아냥에 시달리기도 한다. 유광우의 실력이 과소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유광우는 “예전엔 그런 말을 들으면 속상했는데 지금은 웃어넘긴다. 이기기 위해 성공률 높은 선택을 하는 건 당연하다”며 “레오가 블로킹 등 팀플레이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경기력이 좋아졌다. 레오는 더 이상 외국인 선수가 아닌 동료”라고 했다.

 이제 그는 챔피언결정전을 향한다. 유광우는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의 상승세가 무섭지만 누가 올라와도 자신 있다”고 했다. 2007년 그가 입단한 이후 삼성화재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유광우는 “선수 생활이 끝날 때까지 우승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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