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국 기권 속 결의된 유엔 대북 인권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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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우리의 노력도 대북정책의 전반적 틀 속에서 여타 주요 우선순위와 조화를 이루면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며 기권했다. 북핵 문제의 우선적 해결과 남북한 간 협력 및 통합을 추진하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대북 인권결의안에 기권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 정부의 충정이 북한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로 오인돼 북한 동포들에 대한 인권 유린이 연장되는 데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에 대해 한국민 대다수는 심각한 우려와 경고를 하고 있다. 또 북한 주민의 인권이 신속하고도 실질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가 자칫 북핵을 처리하는 데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갖고 있다. 특수 당사자로서 다소 어정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의 기권이 대북 인권 침묵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도 북한에 대해 이러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

오늘도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는 탈북자들을 통해, 그리고 인공위성 등 발달된 첨단기술을 이용해 수집한 각종 자료를 통해 북한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다. 북한은 오늘날과 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인권 침해를 더 이상 감추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은 주민들의 인권에 대해 세계가 우려하고, 백성들이 굶주리는 상태에서는 체제보장의 구호가 헛된 외침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도 고충을 늘어놓지만 말고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실질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북한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와 면피성 논리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