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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IC~만남의 광장 6.3㎞ 지하화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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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경부고속도로 잠원IC에서 ‘만남의 광장’까지 6.3㎞ 구간을 지하화하는 대형 토목사업이 추진된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2일 “강남역 일대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형 저류배수터널이 필요하다”며 “터널 공사와 함께 경부고속도로를 지하화하면 비용과 교통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홍수를 막으면서도 (도로 지하화로) 녹지가 크게 늘고, 개발이익으로 공사비까지 충당할 수 있어 세금이 들지 않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강남역 일대는 한강 수위보다 낮은 저지대다. 2010·2011년 집중호우로 강남역과 역삼역·교대역까지 침수되면서 위험성이 부각됐다. 이후 여러 방안이 논의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립대 문영일(토목공학) 교수는 “당장 오늘이라도 그때처럼 비가 내린다면 강남역 일대는 30분 만에 어른 발목 높이로 물이 차오를 것이고, 6시간이면 무릎까지 잠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서울시는 올 6월까지 빗물을 막을 수 있는 분리벽을 설치하고 용허리 저류조로 가는 유입관로를 신설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2010·2011년 호우 수준인 ‘10년 빈도 강수(시간당 75㎜)’는 막을 수 없는 상태다.

 고속도로 지하화는 이 같은 강남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됐다. 서울시가 관할하는 경부고속도로 한남IC~만남의 광장 7.5㎞ 구간은 왕복 10차로(일부 8차로)로 이뤄져 있다. 완충녹지까지 합하면 폭이 100m에 이른다. 서초구는 홍수에 대비해 3.1㎞의 대형 저류터널을 지하에 만드는 동시에 만남의 광장~잠원IC 구간 6.3㎞를 지하화하자고 제안했다. 지상에 왕복 4차로만 남기고, 지하엔 왕복 6차로를 뚫자는 것이다. 지상에 남는 공간은 보행공간과 공원으로 활용하게 된다. 해당 구간에 대한 시설권한은 1972년 중앙정부에서 서울시로 이관됐다.

 서초구는 특히 도로 지하화로 확보되는 지상 부지의 20%만 상업용으로 개발해도 1조원 이상의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전체 사업비 8200억원(추정액)을 넘는 수치다. 인제대 박재현(토목공학) 교수는 “홍수 대비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교통·환경 등 시민의 일상에 긍정적 효과를 수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 토건사업보다 진일보된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이 같은 방안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정책 기조와도 부합된다고 주장한다. 조 구청장은 “도로를 지하화함으로써 막대한 녹지가 확보되고 이를 통해 ‘걷는 도시’가 실현된다면 보행도시를 목표로 하는 박 시장의 큰 그림도 뒷받침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시 고위 관계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대해 박원순 시장도 관심을 갖고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준형 하천관리팀장은 “고속도로 지하화는 도시의 디자인을 바꾸는 것이어서 고려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타당성 평가와 여론 수렴 등 다양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토목·건축정책에 관해 자문하고 있는 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거대 토건공사에 앞서 전문가의 분석과 함께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하도로 건설이 가능하다면 경제성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살펴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강인식·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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