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 몰린 부산 APEC 불꽃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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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쇼를 관람하고 돌아가려던 APEC 참가국 CEO 600여 명이 3시간 동안 차에서 옴짝달싹 못하는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이들을 태운 셔틀버스 25대는 오후 9시30분쯤 광안리 호메르스호텔 부근에서 출발하려 했으나 인파와 차량으로 도로가 마비되면서 자정까지 움직이지 못했다.

이날 교통대란은 오후 6시쯤 불꽃쇼 관람객들이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으로 몰려들면서 시작됐다. 도시고속도로.수영로.대남로 등 광안리로 통하는 도로마다 차량이 몰려들어 오후 7시쯤 거의 모든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지하철은 오후 7시를 전후해 2호선에만 20여만 명이 몰리면서 일부 역은 정차도 하지 않고 통과했다. 1, 2호선 환승역인 서면역은 오후 6시 이후부터는 아예 통제불능 상황에 빠졌다. 전동차와 승강장 내부에서는 어린이.노약자가 구름 같은 인파에 끼여 비명을 지르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지하철 2호선 광안역과 금련산역 등이 미어터지자 경찰은 안전사고를 우려, 지하철역 곳곳에 경찰을 배치해 역사를 전면 통제한 뒤 순서대로 입장시켰다.

교통이 마비되자 시민들은 아예 걸어서 행사장으로 향했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4㎞쯤 떨어진 대연고개에서부터 경성대 앞과 KBS방송국 앞은 인도가 가득 메워졌고, 광안리해수욕장이 가까워지면서 차도에까지 인파가 넘쳤다.

불꽃쇼가 끝난 오후 9시30분 이후 귀갓길 인파는 수영교차로와 문현교차로, 황령터널로 향했다. 오후 10시쯤 수영교차로 전체가 사람들로 점령됐으며 황령터널에서는 도보로 터널을 통과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군중과 이를 저지하는 관리자들로 소동이 빚어졌다.

마비 상태에 있던 도로는 17일 오전 1시가 넘으면서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부산교통공단은 지하철 운행을 17일 오전 3시까지 연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50만 명 정도로 예상된 관람객이 배 이상 몰리면서 광안리와 해운대, 서면에 이르는 도로가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큰 사고가 없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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