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세돌의 공격에 패주하는 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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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요다 노리모토 9단(일본) ) ● . 이세돌 9단(한국)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은 카지노를 좋아했다. 1990년대 서울이나 제주도에서 대국하게 되면 그는 으레 카지노에 가 시간을 보냈다. 준비해 온 돈이 떨어지면 일본 단장에게 대국료를 가불하기도 했다. 그의 한국행은 으레 적자였던 셈이다. 기계와 같은 훈련은 고수를 만든다. 그러나 고수들은 기계처럼 정해진 궤도 위만을 달리지는 않는다. 벼랑 끝에서 생사를 놓고 격돌하는 승부사들은 오히려 일탈의 욕구가 누구보다 강할 수 있다. 파격의 상징인 이세돌 9단에게서 일탈의 욕구가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장면 1=백?으로 잇자 81로 틀어막는다. 81은 좋은 곳. 그곳이 막히는 것을 눈뜨고 봐야 하는 백?은 눈물겨운 굴복. 요다 9단은 이 순간 패배의 검은 그림자를 감지한 것 같다. 손속이 격렬해진 것이다. 요다는 82, 84로 우지끈 끊었다. 상변 대마가 미생이고 좌변 백 한 점도 둥 떠있는 상황에서 급전을 벌이는 것은 이미 생사를 초월한 행동이다. 하지만 86으로 쭉 뻗자 흑도 자충의 형태라 대응이 만만치 않다.

장면 2=이세돌 9단은 87로 밀었는데 이 수가 가볍게 문제를 해결했다. '참고도' 백1로 이으면 어찌 될까. 축은 안 되니까 석 점은 잡힌다. 그러나 장문이 된다. 흑은 석 점을 내주고 8까지 백을 돌돌 말아버린다. 잃은 것은 5집에 불과한데 흑은 두터운 세력과 함께 좌변 백 한 점을 거저 수중에 넣게 된다. 요다 9단은 부득이 88로 뻗었고 이어 95의 공격까지는 일사천리의 진행. 한 집도 없는 백대마가 흑의 세력권에서 쫓기면서 요다는 이후 가시밭길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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