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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관순으로 '중도층 어필+충청 달래기'

중앙일보

입력

3·1절인 1일 오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찾은 곳은 충남 천안이었다.

그는 천안지역 지역민들과의 오찬에서 “제가 당 대표가 되고 지방으로는 처음 여기 왔는데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3·1절 정부 공식 행사를 이제는 세종문회화관에서 대통령 기념사로만 듣는 행사가 아니라 지방의 여러 유명한 곳들을 순회하면서 기념행사를 가지면 훨씬 좋겠다고 생각한다”며 방문 소감을 밝혔다. 이후 문 대표는 천안 병천면에 위치한 유관순 열사 추모각을 참배했다.

병천면에는 1919년 4월 1일 유관순 열사가 태극기를 군중에게 나눠주고 만세를 불렀던 아우내 장터가 있다. 문 대표는 추모각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열사의 정신으로 독립과 통일!”이란 글을 남겼다. 이후엔 천안에서 태어나 임시정부에서 초대 의장을 지낸 '석오 이동녕 선생 기념관'도 방문했다.

참모들은 문 대표의 3·1절 동선에 대해 "충청민심을 다독이고 중도노선도 강화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전당대회 대표 경선과정에서 그는 이완구 총리 지명에 대해 "호남 인사를 총리에 발탁했어야 한다”고 말했다가 지독한 역풍에 시달렸다.
이완구 총리 청문회때는 '새정치연합 호남 의원들이 충청출신 이 후보자를 냉대한다'는 여론이 충청지역에 퍼지기도 했다.

문 대표로서는 이를 수습할 필요가 있었다. 그는 이날 천안 방문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특히 우리가 총선, 대선에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고 정권교체를 해야하는데, 충청 지역은 전국 선거의 판도를 좌우하는 지역”,"충청에서 이기는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했고, 충청에서 이기는 대선후보가 당선이 됐다”, “대한민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충청지역에서 사랑받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도 더 각별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관순 열사 추모각 참배'는 중도로의 지지기반 확장을 노린 카드이기도 하다. 야당대표가 3·1절에 이 곳을 참배한 것은 문 대표가 처음이다. 그동안 진보 좌파 성향의 역사학계 일각에선 유관순 열사에 대해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라는 식의 주장으로 폄훼를 시도했고, 지금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표의 이날 행보는 이같은 '극단적인 역사인식'과 선을 긋고, 대표 취임직후 이승만·박정희 묘역 참배때부터 이어온 '중도 강화'행보를 이어가려는 시도로 보인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유관순 열사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하면서 자랐는데 고등학교 교과서에는 지면이 부족해서 빠져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역사, 특히 지역의 독립운동 역사가 점점 잊혀져 가는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문 대표는 이어 “천안 병천은 순대로만 유명한 곳이 아니라 유관순 열사의 의거로 유명한 곳인데 요즘은 그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 드물다”며 “아우내 장터가 있는 곳이란 사실을 우리 젊은이들도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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