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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의원은 헌법기관인데, 대통령 특보 되는 것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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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누리당은 27일 이병기 국정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이동한 데 대해 “예상 밖의 인사”라면서도 당·청 소통 강화엔 도움이 될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김무성 대표는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 실장 임명에 대해 “청와대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고 국정원장을 맡아 역할을 잘 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잘하시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국정원장 하신 지 얼마 안 되는 분이 실장으로 가셔서 조금 유감”이라면서도 “이 실장이 소통은 상당히 잘하실 것으로 기대한다. 당·정·청이 대화하고 박근혜 정부가 성공하는 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투 톱인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이 실장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2002년 대선 때 김 대표는 이회창 캠프의 미디어대책본부장, 유 원내대표는 여의도연구소장, 이 실장은 후보 정무특보를 맡아 호흡을 맞췄다. 또 박근혜 당 대표 시절에도 세 사람은 친박계의 원조 멤버로 뭉쳤고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사들이었다.

 이 실장을 잘 아는 당 관계자는 “이 실장이 당에서 제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김 대표고 평소 유 원내대표에 대해서도 능력을 높이 평가해 왔다”며 “당이 김무성-유승민 체제로 돼 있는 상황에서 당·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도 “앞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은 여당 대표·원내대표, 국무총리와 함께 최고위 국정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데 그동안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던 분들이 무게감이 작아 걱정했다”며 “이 실장이 오면서 딱 아귀가 맞게 됐다”고 반색했다. 다만 일부 소장파 의원은 “정보기관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기용한 것이 여론에 어떻게 비칠지 걱정되는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정무특보단 발표에 대해선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 유 원내대표가 지난 2월 청와대 회동에서 정무특보 임명에 반대하는 견해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특보단이 당·정·청의 가교 역할을 잘할 것으로 본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는 “(2월 회동 때) 대통령에게 건의한 부분은 반영이 안 됐다. 당시 특보단을 두려면 야당이나 당내 소외 그룹과 대화가 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윤상현·김재원 의원이 친박계 핵심인 것을 겨냥한 말이다. 유 원내대표는 “의원이 헌법기관인데 현직 의원이 대통령 특보가 되는 것에 문제 의식이 있다”고도 했다.

 ◆야당은 강력 비난=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기관의 수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잘못된 인사”라며 “소통과 국민 통합에 매진해야 할 비서실장에 현직 국정원장을 임명해 공안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의 성공 여부는 소통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이병기 실장의 (소통) 능력이 어떨지 미지수”라며 “정무특보단은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비주류 인사가 가야 하는데 대통령의 뜻을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국민은 안중에 없고 대통령에게만 충성할 것이 뻔한, 국정 후퇴를 작심한 인사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고 비난했다.

김정하·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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