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극동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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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후루시초프」실각후 강화되기 시작한 소련군부의 영향력은「브레즈네프」사망후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것은 서구나 중동보다는 극동지역에서 두드러지게 표출되고 있어 우리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KAL기 격추사건을 비롯하여 극동배치 미사일기지의 3개증설, 중거리핵미사일 SS-20의 9기증강 및 1천㎞ 동진배치, 동해지역에 대한 소련항공기 및 함정의 진출빈도 증가추세 등이 그것이다.
SS-20 1기는 45년 8월 일본에 투하된 광도형 원폭의 7∼8배에 해당하는 파괴력을 가진 핵탄두 3개를 운반할수 있다. 따라서 그것이 1백8기에서 1백17기로 9기나 증강됐다는 것은 히로시마형 핵탄두 1백80개가 늘었다는 것과 같다.
최근 보도된 미국정보에 의하면 소련은 이 SS-20 다수를 바이칼군구의 치타부근에서 만주북방의 극동군구로 1천㎞ 동진시켰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미사일의 주공방향을 중공이나 동남아로부터 만주와 한국·일본, 그리고 미7함대로 바꾸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공군당국에 의하면 금년 후반기 들어 소련항공기의 한국항공식별구역 (KADIZ) 비행이 늘고있고 바로 2일에는 장거리 폭격기 9대가 독도근해 상공을 통과한것으로 발표됐다.
항공식별구역은 영공방위상 임의로 실치된 영공밖의 구역이기 때문에 외국기가 사전 허가없이 이 구역을 비행한다해도 국제법상 위법은 아니며 그것이 무해비행을 하는 한 우리가 어떤 강제행동을 취할수도 없다.
일본의 경우 매년 소련항공기가 2백85회 일본영공 주변을 비행하고 군함은 4백55척 정도가 일본근해를 항해하고 있으나 군사적인 충돌은 없었다.
소련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력 시위를 하는 목적은 단순한 훈련 및 수송작전이거나 정보수집, 이지역에 대한미국 제해·제공권의 견제 및 정치적·심리적 영향력 증대등을 노린 다목적행위라고 분석된다.
그러나 소련이 월남의 다낭과 캄란만을 이미 군정기지화하고 있어 이기지들과 블라디보스토크와의 긴밀한 연락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그 중간지역에 위치한 우리주변 해역과 공역에대한 소련해·공군의 움직임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련은 베트남, 캄보다아, 라오스등 동남아 친소공산국가에 대해 79년이후 20억달러 이상의 군사원조를 제공했고 군사고문도 2천5백명이나 파견해놓고 있다.
이것은 서태평양이 미7함대의 내해라는 종래의 인식을 뒤엎은 큰 변화로 보아야한다.
동아시아의 남과 북에 있는 2개의 군사거점을 연결시키는 소련의 군사행동을 견제할 수단이 현재로는 없다. 그것이 불법이거나 직접적인 도발이 아닌한 미국도 이를 주시·감시하는 것 밖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우리로서도 소련의 군용기나 군함이 우리 영공이나 영해를 침범하지 않는 한 두려워하거나 적대행동을 취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소련 군부 강경파의 득세경향을 주시하면서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여 항상 미·일양국과 긴밀한 협조하에 신중히 대처해나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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