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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촌의 빈민층 여성들|가난·성차별·모성 역할의 삼중고|기독교 사회연 도시·농촌여성 대상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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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급속한 경제 성장 속에서도 한국의 가난한 여성들은 아직 가난 그 자체와 성차별, 모성의 짐 등으로 3중고를 겪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기독교 사회문제연구원(원장 조승혁)에서 손덕수씨(여성학자)와 이미경씨(동연구원 연구원)에게 의뢰, 조사한「도시 빈곤과 빈민여성」「농촌 빈곤과 농촌여성」에서는 10년전 만해도 사치품이던 TV를 90%이상 소유하고 있는 빈민층이지만 이로 인해 가난한 이들의 심리적 빈곤감은 더욱 상승할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82년8월 서울의 하월곡동과 삼양동 빈민여성을 대상으로 실태파악에 나섰던 손씨는 가난한 여성의 삶을「6ㅂ」의 악순환이라 전제한다. 배움-벌이-방-밥-병-빚의 6개 ㅂ의 악순환이란 설명. 단순 노동이나 행상·노점을 하고 있는 빈민층 여성들은 자신들의 벌이를「심심풀이 벌이」「요구르트 벌이」「쥐 벌이」등으로 부르면서 노동의 댓가가 낮다고 호소하고있다.
생계비 지출구조는 생활비·교육비·치료비·방세·장사밑천의 순.
생계비중에는 식생활 비용이 가장 높으나 주 식단은 밥과 김치정도. 그러나 의복과 화장품·TV·전기밥솥 등 유행상품 소비는 상당히 고급화, 유행화 추세를 달리고 있다.
결혼생활의 만족도를 보면 빈민층 여성의 81%가 남편과 경제적인 쪼들림 때문에 불안하다는 응답을 보이고 있고 70%의 주부가 남편으로부터 구타를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 여성들은 남편의 외도를 계기로 구타와 학대에 대한 고통이 극으로 치달아 신경병 증세나 정신분열까지 가져오기도 하는데 이렇게 당한 빈민층 여성들의 최대 소망은「남자로 태어나고 싶다」와「돈 벌면서 살고 싶다」로 나타나 고통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한편「농촌 빈곤과 농촌 여성」을 조사한 이미경씨는 농촌여성은 생산자와 가사 담당자의 역할을 맡고 있어 그들의 능력과 건강의 한계를 넘어선 과도한 노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82년 8월 14일부터 30일까지 경남 거창의 3개 부락, 전남 구례·보성·승주 등 l백37개 부락, 전북 순창 부락을 중심으로 농촌 여성의 현장 파악을 한 이씨는 농촌은 이미 핵가족화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한다.
즉 조사대상의 67%가 핵가족·독신 가정이며 30%는 직계가족, 그중 50대 이후 노년 여성들의 핵가족률이 80%에 이르러 노후 생활 안정이란 면에서 새로운 농촌문제로 부각되고있는 실정.
농촌빈곤 문제에서는 50%의 농가들이 자신들이 판매한 쌀을 다시 역수입하여 소비하고 있으며 농촌 주부들의 80%가 과도한 노동·산후조리 미비·정신적 긴장 등으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 농촌 여성들이 재산을 증식하느라 막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 비해 재산의 상실과 감소는 주로 가구주나 아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음이 농촌 빈곤의 특징. 그러나 도시빈곤 가정의 소비구조와 유사하게 저소득 농촌에서도 TV·전기밥솥·다리미·선풍기등의 보유율은 60∼70%를 기록하고 있어 생활수준의 빈곤도와 커다란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농촌여성들의 최대 소망은 남편보다는 아들에 집중되어 있다.
이씨는 현재의 농촌여성은 이제 주부에서 당당한 농업 종사자로 변화했다고 지적, △가사의 협동화 △여성의 자율적인 경제권 확보 △새로운 기술제공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러한 상장에서 도시와 농촌빈민층 가정의 여성문제는 여성문제 상담실, 영세민을 우선으로 하는 의료보험 혜택, 자녀를 의한 사회 프로그램 마련으로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양씨는 제시하고 있다.<육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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