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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가담한 김군, 한국인 포섭 도구로 활용될 수 있어'

중앙일보

입력

“김군 역시 선전용으로 귀중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터키에서 지난달 실종된 김모(18)군이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밝히자 국내외 중동 전문가들은 김군이 ‘선전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쓰네오카 고스케(常岡浩介ㆍ45)는 “IS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이들을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으로 개종한 그는 세 차례 시리아에서 IS를 취재한 경험이 있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김군은 향후 아시아 사람들을 포섭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 동안 김군의 근황은 향후 IS의 전략을 엿볼 수 있는 가늠자로 여겨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IS가 자신들을 겨냥한 군사 작전에 한국 정부가 일절 참여하지 못하게 김군을 ‘인질’로 활용하거나, 반대로 아시아 젊은이들을 포섭하기 위해 ‘홍보’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 측이 ‘김군이 훈련 중’이라고 추정하면서 후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김군의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의견도 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체격이 건장한 김군은 ‘전사’로 활용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며 “그러나 인질 살해 등 충성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인질로 역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꼽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판 ‘지하드 존’의 등장이다. 한 중동학 교수는 “상대에게 심리적으로 가장 타격을 주는 전술을 구사해온 IS가 김군을 영국 출신의 지하드 존처럼 외국(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처형자 그룹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하드 존은 지난해 미국인과 영국인 인질 참수 등에 등장해 유창한 영어로 IS 선전전을 펼친 인물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소 중동연구센터장은 “아직까지 동양인 대원을 홍보에 등장시킨 적이 없는 만큼 IS가 김군의 생활이나 활약상을 공개하며 제2, 제3의 김군을 포섭하는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전쟁연구학부 국제급진화문제연구센터(ICSR)에 따르면 이라크 북부대와 시리아 동부를 지배하는 IS에 합류한 외국인들은 2만 명을 웃돈다. 벨기에의 경우 IS 합류한 이들이 100만 명 당 40명꼴에 이를 정도로 많지만 동아시아 사람들이 IS에 합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국인만 300명 정도로 집계될 뿐이다.

IS의 맞춤형 외국인 활용 전략은 최근 IS에 가담하려고 가출한 영국인 10대 소녀 3명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24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들의 배후에는 앞서 시리아로 떠난 스코틀랜드 출신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 신부(bride)’ 아크사 마흐무드(20)가 있었다. 마흐무드는 2013년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집을 떠난 뒤 터키를 거쳐 시리아에 입국해 IS 무장대원과 결혼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미화하며 10대 여성이나 또래 젊은이들을 IS로 끌어들이는 모집책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블로그에는 IS 대원이 되면 알라로부터 “수도ㆍ전기 사용료가 무료인 집을 공짜로 받고, 사후에는 더 큰 보상을 받게 된다”고 설명돼 있다. 또 서방 언론이 성전 가담자들을 현실에서 실패한 ‘부적응자’라고 묘사하는 것과 달리 “여기서 만난 자매들의 대다수는 대학에 재학 중이었고, 행복한 대가족과 친구 등 모든 것을 갖춰 얼마든지 안락하고 부유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옛 가족이 조개껍데기라면 새로 얻게 될 가족은 그 속의 진주”라고 했다.

영국 싱크탱크 전략대화연구소(ISD)는 “IS에 가담한 서방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을 IS로 끌어들이는 ‘치어리더’ 역할을 한다”는 연구 보고서를 내놨다. ISD에 따르면 지하디스트와 결혼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 입국한 서방 여성은 5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란·유성운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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