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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팔 같은 성공 꿈꾸나? 독점적 가치 창조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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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벤처 창업가인 피터 틸이 24일 서울 연세대에서 ‘더 나은 미래, 제로 투 원(ZERO to ONE)이 되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 연세대]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는 곧 경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두 단어가 오히려 반의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자와 투자자가 항상 추구해야 할 것은 경쟁이 아니라 바로 독점입니다.”

 세계적인 벤처 창업가이자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48)이 24일 연세대학교 백양콘서트홀에서 열린 연세대 경영대학 100주년 기념 특별 초청 강연회에서 한국 대학생들을 만났다.

 세계 최대 전자결제 시스템 회사인 ‘페이팔(PayPal)’의 창업자 중 한 명인 피터 틸은 신용카드 번호나 계좌번호 없이도 안전한 온라인 상거래를 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후 틸은 페이스북(FaceBook)·링크트인(LinkedIn)·에어비엔비(Airbnb) 등 수십 개의 기술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와 페이팔을 창업했던 동료들은 현재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파워그룹으로 성장했다고 해서 ‘페이팔 마피아’라고도 불린다.

 이날 1시간 넘게 이어진 강연에서 틸이 가장 강조한 키워드는 ‘독점적 가치’였다. 그는 지난해 발간한 그의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성공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0(無)에서 1(有)을 만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틸은 “투자기업을 선택할 때 고려할 것은 ‘아무도 하지 않은 사업인지’와 ‘아무도 투자하지 않았는지’ 여부”라며 “거대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서 독점기업이 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틸은 자신이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겪은 경험을 들어 독점의 가치를 설명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처음 만들었을 땐 하버드 대학생 1만2000명만을 대상으로 했다”며 “기존 시장이 작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페이스북은 성공했고 시장점유율 60%까지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시장이 큰 경우 오히려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기업과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틸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듣기도 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겁이 난다”는 한 학생의 말에 틸은 “많은 사람이 군중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군중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외려 안심하는데, 나쁜 아이디어에 사람이 몰린다는 점을 생각해야한다”고 답했다. “매년 2만 명 정도가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LA)로 갑니다. 많은 사람이 같은 일에 몰리는 것은 다시 말하면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그는 또 “수년간 위대한 창업자를 많이 만났는데 그들은 모두 자신이 바라는 미래의 모습과 확실한 비전이 있었다”며 “스스로 원하는 미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에서 철학과 법학을 전공했던 그가 IT 창업가로 변신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평소 암호 기술을 화폐와 결합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것이 페이팔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며 “창업은 자신이 정말로 실행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거나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있을 때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특강에는 700여 명의 대학생이 몰렸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와 함께 참석했다.

김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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