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저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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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침 결에 이웃집 아주머니가 은행에서 주더라며 연필꽂이가 달린 새모양의 예쁜 저금통을주셨다.
애들이 다 커 필요없으니 우리아이 장난감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고맙게 받긴 했으나 물건이 하나이니만큼 두형제간의 싸움을 먼저 상상하지 않을수 없었다.
무엇이든 새로운것만 보면모두 제것이라고 우기는 세살싸리 작은 아이와 재물건엔 손도 못대게하는 큰아이와의 사이에 있을 분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막을까.
어떤 물건이든 형제간의 싸움을 생각해 늘 두개씩 마련해오던터라 이웃집아주머니가 호의로 준저금통을 들고 나는 한동안 난감해 있었다.
이 기회에 물건하나로 두아이가 다투지 않도록하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해보기도 했다.
작은 아이는 당연스레 손을 내밀고 있었다.
마침큰 아이는 유치원에 가고 없을 때라 얼른 꾀를 내어 아이에게 다짐을 했다.
『새웅아, 이것은 형아 건대 형올때까지 네가 갖고 놀아라. 그리고 형이오면 형책상위에 갖다놔요.알겠니?』
아이는 형것을 제가 먼저 갖고 논다는 사실이 즐거운지 선뜻 대답을 하고 오전 내내 열심히 갖고 놀았다.
유치원에서 돌아온 큰아이는 새물건에 눈길이닿았는지 곧 그 저금통을 들고와서 이게 뭐냐고묻는다.
작은 아이 안듣게 가만히 설명했다.
『세영아, 이건 옆집 아줌마가 세웅이한테 주신건데 엄마는 널 주고 싶어서 책상위에 올려놓았어. 그러니까 동생이 만져도 억지로 뺏거나 싸우면 안돼. 원래는 동생거니까』
큰아이도 역시 만족해하며 당장에 연필몇자루를 꽂아놓고 동전하나 짤랑 넣어본다.
동생은 형의 것을 제가 먼저 갖고 놀았다는 만족감과 형은 동생것을 차지했다는 흐뭇함으로 형제는 그것을 사이에 두고도 싸우지 않았다.
그래서 그 연필꽂이 저금통은 제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으며 장난감으로서 하나가 더 필요하지도않았다.<전주시효자동거성아파트2동4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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