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겸허하게 과거사 뒤돌아보고 … 전쟁 참상 제대로 후세 알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본의 나루히토(德仁·사진) 왕세자는 “전쟁의 참화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도록 과거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깊이 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23일 55세 생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올해 전후 70주년을 맞는 것과 관련, “(일본 내에서) 전쟁의 기억이 흐려지고 있다”며 “겸허하게 과거를 뒤돌아봄과 동시에 전쟁을 경험한 세대로부터 전쟁을 모르는 세대에 비참한 체험과 일본이 걸어온 역사가 올바르게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왕세자는 “우리나라는 전쟁의 참화를 거쳐 전후 일본국 헌법을 기초로 이뤄졌으며 평화와 번영을 향유하고 있다”며 “올 한해 평화의 소중함을 마음 속에 새기고 평화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루히토 왕세자가 ‘전쟁의 기억’ ‘평화’를 재차 강조한 것은 최근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이 보수 우경화, 군사 대국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일정 부분 견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일본의 우경화에 따라 한국·중국과의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걸 의식한 듯 “여러 외국과의 우호를 확실한 것으로 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후 태생의 왕세자는 (전쟁을 경험한) 일왕과 왕후로부터 수시로 원폭과 전쟁의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왔다고 밝혔다.

 왕세자는 오는 4월 자신이 명예총재로 있는 유엔 ‘물과 위생에 관한 사무총장 자문위원회(UNSGAB)’의 세계 포럼이 대구에서 열리는 것과 관련, “이번 물 포럼이 물 문제를 생각하는 데 있어 훌륭한 대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면서 “내가 (대구 대회에) 출석하는 문제는 (일본) 정부 쪽에서 검토하는 만큼 (내가) 언급을 삼가겠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