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칼럼] 정부, 만능열쇠의 환상 버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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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

대한민국은 지금 과잉복지와 증세 논쟁으로 전쟁 중이다. 특히 이번 위기는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풀기가 쉽지 않고 단기간에 헤어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새로운 변종이다. 때문에 해법을 찾는 데도 과거와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 지난날의 의사결정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상으로 창의적인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먼저 모든 문제를 정부가 해결한다는 ‘만능열쇠’의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그 동안 정부는 보육시설 확충보다 무상보육함정에 빠져 있었다. 신규 아파트와 상업용 건물을 신축할 때는 건물마다 보육시설을 지어 기부채납하도록 의무화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을 맡아 보육시설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요즘 결혼한 직장여성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보육이다. 보육비용 지원보다 보육시설 확대가 30~40대 젊은 워킹맘들의 요구사항이다. 게다가 월급은 보육관련 비용을 부담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한다. 이로 인해 소비주도층인 직장여성들마저 지갑을 닫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아파트 단지에 보육시설을 설치한 한 건설회사는 미분양도 없고 프리미엄까지 붙었다고 한다. 김포와 전주의 일부 아파트도 각 동마다 1층에 보육시설을 설치하여 가장 인기 있는 주거지역으로 주목 받고 있다.

 추가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건설회사나 빌딩소유주에게는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보상하면 정부는 복지비용을 줄이고 이해관계자는 아무도 손해보지 않고 모두가 이기는 윈윈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보육인력도 50~70세 사이의 실버여성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공공기관은 물론 고층 빌딩이나 금융기관, 대기업 사옥들도 보육시설 확충에 적극적으로 동참케 하자.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도서관과 기숙사를 지어주는 회장님도 계신다. 기업들의 보육시설 기부에 세제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 활성화하자.

 임대주택시장에도 은행 등 금융기관과 연기금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적극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저금리시대가 시작되면서 자산운용에서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있는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연기금들은 4~5%정도만 보장되면 임대주택시장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겠다고 한다. 금융기관이나 연기금의 임대주택시장 참여로 전·월세 공급물량 증가는 물론 무리한 전·월세 인상요구도 피할 수 있고 넘쳐나는 부동자금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창조경제는 책상 위에서 만드는 시스템이 아니라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해법이 중요하다.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은 실험대상이어서는 곤란하다. 정부정책이 성공하려면 이해당사자나 정책의사결정자,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현장의 살아있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자기 자신의 돈을 내고 밥을 사주어 보지 않은 사람들 말은 듣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다. 즉, 현장의 실상을 잘 아는 실학파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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