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이 독도인가?" 서울대VS연세대 논쟁 가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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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로 제중원 설립 130주년이 되는 올해, 제중원을 둘러싼 서울대와 연세대 간 정통성 경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양 대학이 올해 발행한 달력에 서로를 정통 계승자로 내세우는가 하면, 최근에는 모 일간지 기고문에서 때 아닌 설전을 벌여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김상태 교수는 지난 16일 한국일보에 ‘제중원의 진실-연세대 정종훈 교수에 답한다’라는 기고문을 실으며 “제중원이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어졌다는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연세대의료원 정종훈 교목실장이 9일 한국일보에 ‘서울대병원의 역사 왜곡’ 이라는 기고문에서 “제중원은 세브란스병원, 연세대학교로 이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 것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김 교수는 기고문에서 “제중원 의료진이 세브란스병원으로 이동함으로써 제중원 운영이라는 경험적 사실이 전수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브란스병원이 제중원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국립병원 제중원을 수탁 운영하던 사람들이 자금을 마련해 자기네 병원을 신축하고 독립하면서 제중원을 반환하고는 ‘세브란스병원’이라는 새 공식명칭과 ‘제중원’이라는 종전 근무지의 명칭을 병용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세브란스병원이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은 사실이 구한말 각로회의 기록인 주본존안 등에 기록돼 있으며, 이는 세브란스병원이 제중원을 계승했기 때문이라는 정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1905~1906년은 러일전쟁, 을사조약 체결, 통감부 설치로 이어지는 시점인 만큼 재정 지원은 일본인들이나 친일 관료들의 결정일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세브란스병원이 제중원을 계승했다는 주장은 자의적인 역사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정 교수는 한국일보 기고문을 통해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서울대병원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며 “서울대병원의 주장대로 조선의 왕립병원이 국립병원이므로 광혜원-제중원이 서울대병원의 시초라고 한다면, 전국에 있는 모든 국립대 의대와 그 대학병원들의 시초 역시 광혜원-제중원이란 주장이 나와야 한다”며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어 정 교수는 “1904년 9월 23일 개원식을 가진 세브란스병원은 초대장에서 ‘새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이라고 스스로 지칭했다”는 점과 “서울대학교 홈페이지 ‘역사’를 보면 1946년 10월 개교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조선말 또는 대한제국 시절의 왕립, 정부 교육기관들은 ‘토대’였을 뿐, ‘전신’은 아니란 얘기”라는 이유를 들면서 “아전인수식 역사 해석에 기댄 불필요한 논쟁을 종식”해야 한다고 적었다.

▲ 운영 당시 제중원의 모습 [출처:한국콘텐츠진흥원]

제중원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해묵은 문제다. 두 의대의 뿌리 공방은 오는 4월로 130주년이 되는 제중원 설립 기념일을 맞아 한층 격해질 전망이다. 이미 앞서 서울대 의대와 연세의료원은 각각 올해 달력을 제작하면서, 서로가 제중원의 정통성을 계승했다는 내용을 담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제중원을 둘러싼 논쟁은 양 병원 홈페이지 ‘병원 소개’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보다 강한 비판 어조를 띈 곳은 서울대병원이다. 서울대병원 홈페이지(www.snuh.org)에는 ‘병원 소개’란에 ‘제중원’ 파트가 따로 있다. “제중원이 1894년 미국 북장로회에 이관됐을 때 제중원의 운영권이 넘어갔을 뿐, 소유권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북장로회가 1904년 세브란스병원을 열고, 이듬해인 1905년 대한제국 정부가 제중원 부지와 건물(구리개 제중원)을 환수했다고 설명한다.

이어 “그런데 연세대학교는 고종과 조선 정부가 제중원을 개원했던 1885년을 개교 원년으로 삼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이 개원한 1904년이 아니며 그렇다고 미국 북장로회가 제중원을 운영하기 시작한 1894년도 아니다”라면서 “1885~1894년 시점의 제중원은 100% 국립병원이었는데, 사립대학인 연세대학교가 이 국립병원의 역사까지 자기 학교의 역사로 인식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역사의 왜곡이다”고 적었다.

연세대의료원 홈페이지(http://www.yuhs.or.kr) ‘의료원 소개’에는 “연세대학교 의료원은 1885년 미국 선교의사 알렌(Dr. H. N. Allen)에 의해 세워진 한국 최초의 현대적 의료기관으로서 광혜원으로 출발하여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을 거쳐 현재의 의료원으로 성장”했다고 명시돼 있다. 홈페이지의 세브란스 역사관(www.yuhs.or.kr/history)에도 광혜원‧제중원이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반면 오프라인에서의 행동은 연세의료원이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제중원 복원과 정신 계승, 힐링캠프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우리의 뿌리를 확인함과 동시에 정체성(Identity)을 확고히 한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측은 “아직 제중원 설립 13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대해 기획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이 제중원에 대한 이슈를 만들어 마치 ‘독도’처럼 분쟁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 같다. 하나하나 대응할 생각은 없다”며 “한국일보의 기고문은 신학을 전공하는 교수의 개인 의견이지만, 이로 인해 제중원 설립 기념일을 앞두고 논쟁이 한층 격해진 않을 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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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life@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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