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만 미국계 호텔 3곳 연쇄 폭탄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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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경찰과 시민이 9일 수도 암만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폭탄 테러로 부상한 시민을 부축해 나오고 있다. 이날 암만에서는 몇 분 간격으로 미국계 호텔 세 군데가 폭탄 테러 공격을 받아 최소 57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다쳤다. [암만 AP=연합뉴스]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9일 밤(현지시간) 자살폭탄테러 세 건이 동시에 터졌다. 외국인이 많이 투숙하는 암만 시내 호텔 세 곳에서 몇 분 간격으로 발생한 테러로 최소 57명이 사망하고 300여 명이 부상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상자는 대부분 호텔 결혼식에 참석했던 요르단인이다. 알카에다는 10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 미국 호텔 세 곳 겨냥=암만 시내 중심가의 미국인 소유 호텔이 테러 대상이었다. 오후 9시2분쯤 첫 번째 폭발이 최고급 호텔 래디슨 사스에서 발생했다. 몇 분 뒤 인근 최고급 호텔인 그랜드 하얏트에서 두 번째 테러가 터졌다. 10시쯤엔 북서쪽으로 5km 정도 떨어진 중급 호텔 데이스 인에서 마지막 폭발이 일어났다.

요르단 경찰 관계자는 "알카에다의 전형적인 공격수법"이라고 밝혔다. 마르완 무아시르 부총리도 "두 곳은 폭탄 벨트를 두른 자살테러범의 소행이며, 다른 한 곳은 차량폭탄 테러범의 소행"이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방문 도중 급히 귀국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빗나간 사상을 가진 테러범들의 극악무도한 범죄"라고 규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발표해 "문명사회에 대한 야만적인 테러가 다시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 친미 정부에 대한 보복=알자지라 방송은 10일 "수일 전 요르단에서 테러가 있을 것이란 위협이 접수됐다"며 "예정된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 보급로 역할을 한 요르단은 그동안 여러 차례 테러위협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친미.친이스라엘 정책을 펴 온 요르단의 정정불안을 노린 범행으로 설명했다. 그랜드 하얏트와 래디슨 사스 호텔은 미국과 이스라엘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호텔이다. 데이스 인 호텔은 이스라엘 대사관 인근이다. 요르단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나라다. 국왕은 이스라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친이스라엘 정책을 추진해 왔다. 국왕은 다음 주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었다.

알아라비야 방송은 이번 테러를 "이라크 저항을 주도하는 요르단 출신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의 고향에서 발생한 첫 대규모 테러"라며 "테러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고향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테러공격에 시달리는 것처럼 자르카위의 출신국 요르단도 이슬람 원리주의 사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바그다드서도 자폭 테러

◆ 최소 33명 사망=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음식점 근처에서 10일 오전 9시45분쯤(현지시간)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해 최소 33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음식점은 경찰들이 즐겨 찾던 곳으로 경찰 7명과 민간인 26명이 숨졌다. 이라크 경찰은 폭탄을 몸에 두른 2명이 폭탄을 터뜨렸다고 밝혔다. 이날 공격은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과 이브라힘 알자파리 이라크 총리 간의 회담을 앞두고 발생했다고 이라크 총리실은 전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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