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성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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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레이건」미국대통령의 방한을 결산하는 공동성명을 보니 한미관계 제2세기의 출범은 더이상 바랄 수 없을만큼 양서로운 것이다. 공동성명에는 최근 몇달동안에 우리가 겪은 소련과 북한에 의한 야만적인 도발행위에 대한 대응자세가 유감없이 반영되어 있는것이 무엇보다도 마음 든든한 일이다.
공동성명 제4항은「레이건」대통령이『특히 대한민국의 안전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주축(Pivotal)이 되고, 나아가 미국의 안전에 직결(vital)됨을 유의하면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한 미국의 계속적 강력한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안전없이 동북아시아의 안정과 평화가 있을수 없다는것은 우리가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조야는 한국의 안전이 일본의 안전에 필수적이다, 또는 중요하다는 정도까지만 동조하여왔다.
81년2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끝에 발표된 공동성명에서도 안보조항은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유지의 긴요성(Critical importance)을 재확인했다고만 되어 있었다.
한국의 안전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주축이 된다는 표현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유지의 긴요성을 확인한다는 표현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한반도는 남북한 전체를 지칭한다.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유지를 위해서는 미국이나 다른 우방들이 북한과도 접촉을 할수 있다는것을 8l년 공동성명의 안보조항은 암시한다.
그러나 대한항공여객기 격추와 아웅산사건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의 긴장이 극도로 악화되고, 특히 북한의 잔악한 호전성이 다시 한번 세계인들의 눈앞에서 확인된 이상 북한은 더불어 상대할수 없는 테러집단으로 낙인찍히고, 따라서 한반도의 평화보다 시급하고 중요한것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으로 좁혀진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안전이 미국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고 한것은 북한이든 소련이든 미국과의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는 한국을 상대로 전쟁을 도발할수 없다는 미국의 뜻을 직설적으로 분명히 밝힌 대목인 것이다.
최전방까지 가서 남북의 대치상황을 피부로 느낀「레이건」의 방한만으로도 한미관계는 더욱 두터워지고 북한에 대한 충분한 경고가 되는것이었다. 그러나「레이건」은 자신의 방한에 상징적인 의의만 주는데 그치지를 않고, 필요할 경우엔 주한미군을 늘리겠다는 공언까지 하였다.
전·「레이건」회담과 외상회담에서는 아웅산사건에 대한 대북한 국제제재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한국의 동의와 참여 없이는 북한과 대화를 않을것이며 북한의 동맹국들이 한국에상응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한 북한에 대해서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이 대목은 북한에 대한 외교제재를 가하면서도 궁극적인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서 남북한 교차접촉이나 화해의 문호는 열어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점에 있어서는 우리도 동감이다. 우리는 무력을 바탕으로 하는 힘의 균형으로 전쟁을 방지하는데 만족하지 않기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태도다.
그점이 공동성명 제5항에 적절히 반영되어 있다.
「레이건」대통령이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태평양세력으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유지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한것은 과거 미국의 유럽 중시에 대한 아시아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지난20년동안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여 결과적으로 KAL기 격추사건 같은 것을 저지른 소련견제의 의사를 표현한것으로 높이 평가할만하다.
경제분야에서도 두나라 대통령들은 82년에 1백10억달러에 이른 한미교역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85년1월에 만료되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일반특혜관세(GSP)자격연장문제, 우리의 대미 주종수출품들에 대한 미국시장의 확대, 기술교류등에 관해서 진지한 토의를 했다는 조항을 보고 우리가 고무받은바 크다.
총체적인 국력에서 경제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만큼 미국은 한미간의 경제관계만은 안보차원에서 특별배려를 해야할 것이다. 특히 동서대결의 제1선에 있는 한국의 경제적인 번영은 개방적인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우수성을 과시하는것으로 군사력의 증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레이건」방한의 성과는 만족할만한 것이라고 평가할수 있다. 남은 과제는 두나라 수뇌들이 거시적, 원칙적으로 짜놓은 협력의 틀에다가 실무진들이 알찬 내용을 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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