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토론] 방황하는 청소년 인권을 되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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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선생님께서 이리 와보라고 하시는 말씀에 '왜요?'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사실 나는 별반 다른 생각 없이 부르신 이유가 궁금했을 뿐인데 선생님께서는 나를 나무라시며 '선생님이 불렀으면 '네'하고 와야지 무슨 말이많아!'라고 하셨다. 기분이 상하면서도 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인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것은 나의 일상적인 체험담일 뿐이지만 청소년의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는 실태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실례를 소개해보면 이렇다.

청소년들은 사람답게 사는것을 배워야 할 학교라는 곳에서 권리를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다. 강제로 머리를 깎이고 수시로 가방속을 보여줘야한다. 공부 못한다는 이유로 차별과 모욕을 받아야하고 어른들보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하고싶은 말은 금지된다.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은 없고 부당한 처벌을 받아도 하소연 할 데가 없다. 이것이 우리 학교의 현주소인데도 이러한 인권침해들이 문제가 된적은 거의 없다. 청소년들은 성인이 아니라 어린 학생이므로 어른말 잘듣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이 어른들의 상식이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정당한 것인가? 나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어른들의 생각에 반발을 표하고 싶다. 인권의 대원칙은 '보편성'이다. 이는 어느곳에서나 누구에게나 능력과 자격을 따지지 않고 그가 인간이라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청소년의 인권도 마찬가지로 보장받아야 타당하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자격미달'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조건을 내걸고 청소년 인권을 부정한다. 청소년들은 미숙한 존재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존재라는 것,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권리를 유보해야하며 학교, 교사, 부모, 국가가 그들의 선택을 대신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 근거로 동원된다.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러한 논리는 청소년들을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기회로부터 체계적으로 배제한다.

사실 청소년들에게 권리행사 능력이 완전하다고 단정하여 말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권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새로 산 기계를 사용해 보지도 않고 그것의 성능과 품질을 알 수 없듯이 청소년들에게 권리를 주지도 않고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당면하게 되는 인권침해의 경험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교사와 학교에 대해 높은 벽을 쌓도록 만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매일매일 깊은 상처를 입고,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지배적인 질서에 도전해서 하등 좋을 게 없다는 무력감과 노예의식에 물들어간다. 그야말로 청소년들은 정당한 권리행사 능력을 방황하도록 방치해 두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옳고 바른것임에도 숨기고 가려야하며 입시문화에 찌들고 권위주의 문화에 눌려 결국엔 그런 부당한 문화에 흔적도 없이 섞여버리는 것이다. 자신들이 찾아야 할 권리를 추구하기 보다는 학교안에서 만큼은 조용히 있는게 상책이라는 새로운 명제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비극적인 현실인가! 내가 선생님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에 순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이 땅의 많은 청소년들도 자꾸만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다. 저항이 옳은 것 결코 아니지만 최소한의 권리, 발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보면 이렇다.

먼저, 사회적인 해결방안으로는 청소년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권리행사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사실 사회는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해 가장 막강하게 손을 뻗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만큼 청소년들의 권리 행사 능력을 폐쇄적인 것에서 개방적으로 탈바꿈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다음으로 학교차원의 해결방안으로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인권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청소년들이 권리를 행사하고 자율적인 인격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적 관계와 문화를 창출하는 것, 그리고 청소년들이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을 할지라도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관용적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등을 들수 있다. 한 예를 들면 학생 자치활동 시간을 자율학습으로 대체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회의다운 회의를 하게 해주는 것을 말해 볼 수 있다. 일주일에 한번뿐인 HR 시간을 공부로 막아버린다면 정말이지 청소년들이 학교 운영에 대해 참여할 수 있는 길은 막혀버리고 만다. 지금부터라도 자치활동을 활성화 시켜야 자기들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한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교사없이 교육이 바로설 수 없듯이 교사들의 지원 없이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권리를 찾고, 권리를 올바로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 Without Teacher , No Student's Right! '
교사와 학생은 서로 적대시하기 보다는 연대하면서 서로의 권리를 찾기위해 힘써야 한다.

이상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다. 감옥에 갇힌 죄수의 신세와 자신을 빗대는 학생들,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생각들은 벗어던질 수 밖에 없는 우리 청소년들은 어쩌면 이 사회와 학교와 교사들의 베일에 너무도 많이 가려져 있는지 모른다. 이제는 교육계에도 변화가 일어나서 청소년들이 권리 행사 부분에서 능동적이고 참여적일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을 창조해야 한다. '탈선'이라는 것을 걱정하고 '제멋대로' 를 우려하기 보다는 '주체적인'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서 사회와 학교, 교사, 그리고 학생 자신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틴틴토론마당 조찬향]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 틴틴토론마당 학생논객의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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