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영병과 10분대좌…10년은 감수"|첫발견 신고한 여인숙 주인 김옥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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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탈영병 2명과 같이 있었던 10분동안 10년 감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무장탈영범 권외식상병등이 점거하고 군·경과 대치극을 벌였던 오색여인숙 여주인 김옥희씨(44).
혼자 집을 지키던 김씨는 권상병등을 처음 발견하고 이들을 안심시켜 몰래 신고한뒤 도피할때까지 믿을수없을만큼 침착하게 행동했다.
김씨가 여인숙 지하실에 도피한 권상병등을 발견한것은 8일 낮12시50분쯤.
이들을「간첩」으로 오인한 김씨는 이들을 우선 안심시켜야겠다고 생각,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권상병등이 『군인이니 놀라지 말라』고 말하자 김씨는 『밤샘 잠복근무에 고생이 많겠다』며 음료를 가져다 대접했다.
김씨는 다소 마음을 놓는 권상병등에게 『피곤할테니 쉬고 있어라』 며 2층방 1개를 내준뒤 여관을 빠져나와 이웃 통장집으로 달려갔다.
통장부인 김길자찌(40)를 만난 김씨는『집에 이상한 사람이 들어왔는데 함께 가보자』며 함께 여인숙으로 돌아왔다.
김씨가 집을 비운사이 권상병등은 지하실로 도피했으나 김씨가 다시 돌아오자 안심하고 2층으로 올라왔다.
김씨는 김길자씨에게 눈짓으로 신고를 하도록 부탁한뒤 권상병등을 이끌고 3층으로 올라가 307호실을 내주었다.
김씨는 이들에게 우유2봉지를 가져다주며 『집이 비었는데 푹쉬어라』며 태연하게 여인숙을 빠져나왔다.
김씨가 이웃집으로 대피한뒤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달려왔고 서정환순경(32)이 탈영병이난사한 총에 맞아숨졌다.
김씨는 탈영병들이 배가 고픈듯 2층 안내실의 계란을 허겁지겁 깨서 먹었고 담배 2갑을 훔쳐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무장탈영병이 서울시내로 잠입했다는 소식을 듣지못했던 김씨는 권상병등이 꼭 간첩으로 생각되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기독교신자로 찬송가를 부르며 태연하게 행동해 화를 면한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1일부터 여인숙건물을 보증금 2천만원, 월세50만원에 세를얻어 운영해왔는데 개업초부터 너무 큰「손님」을 치른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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